
사람 몸의 척추 뼈처럼 베니스 전체를 관통하면서 지탱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대운하이다. 몸의 하중을 척추가 버티면서 몸의 구조를 지탱하는 것처럼 베니스를 관통하는 운하는 베니스의 문화와 역사를 전부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척추 역할을 해왔다. 3km에 이르는 짧은 거리와 수심이 4m를 넘지 않는 이 운하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못지않은 수상도로이다. 단지 배를 타고 희한한 경치만을 제공하는 장소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대운하의 초현실적인 풍광을 무시할 수는 없다. 땅 위를 솟구치고 올라와야 할 건물들이 운하의 물길을 솟구치고 올라있는 모습은 도무지 현실적인 감각이 없다. 게다가 이 건물들은 운하를 따라 성벽처럼 흐르고 있다. 이 풍광을 보기 위해 여행객들을 세계 도처에서 몰려온다. 시인, 묵객, 예술가들에게 이 환상적인 풍광은 얼마나 강렬한 영감을 제공해 주었던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 환상적인 풍광만으로도 베니스의 가치는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운하는 그런 환상적인 공간만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운하는 옛부터 베니스를 관통하는 도로였다. 지금도 수많은 배들이 오가면서 베니스 곳곳에 사람들을 옮겨주고 있는데, 옛날에도 그랬다. 특히 베니스가 잘 나가던 시절에 이 운하로는 수많은 배들이 오갔다. 하지만 이때 운하를 오갔던 배들은 사람만 실어 나르지는 않았다. 많은 배들은 외국에서 수입해온 진귀한 물건들을 운반하고 있었다.

운하는 수많은 상선들이 오갔던 베니스의 상업 중심지였다. 운하 주변에 성벽처럼 열을 지어있는 건물들은 오가는 상선들과 거래를 하던 장소였다. 그래서 베니스의 뛰어난 사적 건물들은 거의가 이 운하에 자리 잡고 있다. 외국 상선이 지나갈 때 각 건물에 자리잡고 있던 상인들은 자신의 상품을 창밖에 늘어놓고 지나가던 배들과 흥정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운하에 면해 있는 건물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고 한다.
이 운하를 오가면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궁들과 유서 깊은 건물들은 그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고, 지금은 우리에게 초현실적인 풍광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베니스에서 좋은 건물을 보고 싶으면 먼저 운하를 오가는 배를 타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운하를 중심으로 도열해 있는 건물들을 자세히 보면 서로 어깨를 붙이고, 층의 높이가 조금씩 엇갈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약한 지반을 이겨내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서로서로 자신들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바닥의 부실함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운하는 물을 감싸고 성벽처럼 도열해 있는 건물들의 아름다운 풍광과, 창문의 높낮이 차이로 인한 율동감을 얻게 되었다. 베니스의 아름다운 초현실적인 풍경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었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풍경이 아니었다. 베니스의 아름다움 풍경은 내면 깊이 슬픔을 우려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최경원 현디자인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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