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세계적인 주방용품 회사인 알레시가 1983년에 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젊은 건축가들을 발굴하여 아무런 제약 없이 건물을 닮은 차와 커피 세트를 자유롭게 디자인하도록 한 것이었다. 솔직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자칫 잘못하면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모아 놓고 그냥 한 번 해보는 재미있는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투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딱히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은 이탈리아 최고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였다. 그의 생각을 알레시가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역사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 알도 로시(Aldo rossi),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 챨스 젱크스(Charles Jencks) 등 참여한 사람들의 면모만 보더라도 세계 건축계의 드림팀이라고 할 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세계적인 주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게다가 이들이 내놓은 디자인들은 하나같이 독특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았다. 건축을 조그마한 잔과 주전자로 압축해 놓은 디자인들은 세상의 이목을 단박에 끌만큼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기능주의적인 디자인과는 완전히 결별한 스타일은 당시 세계 디자인의 흐름을 주도할 만큼 혁신적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모습을 드러내자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알레시가 따로 돈 들여 광고하지 않더라도 각종 디자인 매체나 디자인 역사책들이 앞을 다투어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을 세상에 널리 알려주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많은 디자인 역사책들이 이때 알레시의 디자인들을 홍보해주고 있다.
이렇게 해서 알레시의 이름은 일개 주방용품 회사에서 단박에 세계 디자인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그냥 주방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디자인 명품 메이커로 순식간에 신분 상승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돈을 들여 홍보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마케팅 전략을 잘 짠다고 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난해한 디자인들을 그대로 현실화시킨 알레시의 뛰어난 제작 능력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뺄 수 없다. 알레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신뢰를 얻었다.
일개 주방용품 메이커에 불과했던 알레시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알레시 회장도 생각하지 못한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알레시는 사업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이제는 알프스 산기슭에서 냄비를 만드는 조그만한 회사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이끄는 독보적 기업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중심이 되었다. 이런 입지 상승으로 인해 알레시가 얻게된 사업적 이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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