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마르코 성당 2층으로 올라가면 청동으로 된, 말 네 마리가 마구 달려나갈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성당에 말조각이 있는 것이 별 이상할 바 없는 일이지만, 이 말 조각에는 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이 말은 원래 1204년 베니스가 십자군 전쟁 때 동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베니스를 점령했을 때 이 말을 파리로 옮겼다. 미술관으로 유명한 루브르 앞에 개선문이 우뚝 섰는데, 그 개선문 위를 보면 지금도 말 네 마리가 있다. 바로 이 자리에 이 말들을 옮겨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1815년에 다시 돌려 받았다. 이 말은 복제품이고 진품은 산 마르코 성당 안에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말들이 내려다 보고 있는 방향으로 보면 베니스의 가장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넓은 광장이 보인다. 바로 산 마르코 광장이다.
이 광장이야 말로 베니스에서 가장 넓은 광장이며, 베니스의 역사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이다. 원래는 산 마르코 성당의 과수원이었다고 한다. 12세기까지는 시골 장터로 이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1170년대에 이르러서는 종루도 세우고 지금의 광장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1340년에는 총독부가 세워졌고, 그 뒤부터는 순례자들을 위한 카페나 상점, 레스토랑들이 들어서면서 그야 말로 베니스의 번화한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지금 모습을 보면 산 마르코 성당과 길고 높은 건물들이 광장의 사면을 감싼다. 덕분에 이 광장은 넓으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되어 있다.
나폴레옹이 베니스를 점령하고 이 광장에 왔을 때 감탄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큰 응접실”이라고 했던 것은, 이런 산 마르코 광장의 느낌을 적절히 표현한 말이었다.
넓은 광장의 비워진 공간은 비대칭으로 세워진 종탑과 그 옆에 있는 산 마르코 성당을 대단히 초현실적으로 부각시킨다.
광장을 ‘ㄷ' 자로 감싸고 있는 건물의 반복되는 직선은 광장 공간을 매우 침착하게 만들기도 하고, 둥글고 장식적인 산 마르코 성당과 대단한 시각적 대비를 이룬다. 덕분에 이 침착하고 넓은 공간은 매우 역동적인 인상을 안겨 준다.
이 광장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바로 이 광장을 카사노바를 비롯하여 나폴레옹, 괴테, 바그너, 바이런, 존 러스킨 등과 같은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 왔다 갔다 했다는 사실은 이 광장의 초현실적인 모습과 더불어 신화처럼 다가온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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