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개학이다. 마지막 여름방학을 끝내고 캠퍼스로 향하는 예비 졸업생들의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눈 앞에 바로 졸업작품전이 남아 있고 이어 취업이라는 사회생활의 출발선상에 제대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빠져 나가는 것만큼 녹녹치 않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불황 여파도 있지만 대부분 디자인실의 정원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다른 길을 찾으려고 해도 막막하기만 하다.
고민 끝에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자퇴 후 다른 길을 찾거나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해외로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스펙을 갖추어 취직하려고 하니 나이가 걸린다. 서열을 중시하는 디자인실 특성상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막내를 꺼리기 때문이다.
결국 취업 못한 졸업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인턴사원이다. 일정 기간(보통 3개월) 근무 한 후 회사가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일반 패션기업체 보다 영세한 브랜드에서 인턴을 많이 뽑지만 3개월을 마치고 취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딱히 맘에 드는 인턴을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변명이다. 일을 시키기 위해 뽑았는데 일을 배우겠다고 덤벼드는 인턴사원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 교수들은 “잔심부름만 시키고 3개월이 되기 전에 정리하는 것은 청년실업 관련 정부 보조금만 노리는 편법”이라며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의 비도덕성을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화살은 대학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4년간 학생들로부터 비싼 등록금을 받고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교수들을 탓한다.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은 피교육생의 의무도 있지만 교육 소비자로서의 권리도 있다. 그 권리를 무시하는 대학 교육이 존재하는 한 앞에서 언급한 잘못된 취업 관행을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이제 평생직장은 없다. 패션을 평생 직업으로서 삼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진 디자이너를 배틀 형식으로 뽑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우승자를 보면 대부분 유학파들이었다. 그래서 국내 대학 졸업생에게 “왜 너희들은 지원을 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숨이었다.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커리큘럼으로는 방송에서 주어지는 과제를 단시간에 창의적으로 수행하는 것 자체가 중과부적이란다. 창의적 교육이 아닌 실습 위주 교육으로 인해 디자인 발상에 대한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암기 위주의 중•고 시절 6년 교육과 4년간의 대학 이론 및 실습 교육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창의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패션 기능인이 된 셈이다.
이제 학과 커리큘럼을 ‘실습 위주’에서 ‘디자인 발상’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외국 대학들이 바느질 하는 시간이 아까워 바느질을 도와주는 외부인을 상주시키는 것 역시 디자인 발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는 배려일 것이다. 6년간 암기 교육으로 피폐해진 학생들의 영혼에 새 바람을 불어 넣기에 4년은 부족하다.
두 번째로는 의류 관련 학과의 구조조정이다. 너무 많은 학과로 인해 제 살 깎아먹기식 과당 경쟁이 연출되고 있다.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교수들도 바쁘다. 결국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편법 취업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취업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패션 전문가들을 이용한 크리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일부겠지만 더 이상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학생들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패션 교육은 글로벌 패션 코리아의 시작이자 초석이다. 4년간의 캠퍼스 생활이 도루아미타불이 아닌 살아있는 산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공급자인 교수들의 뼈를 깎는 각성과 뚜렷한 목표의식과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한 학생들의 창의적 노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배우러 왔습니다.”와 “꿈을 펼치기 위해 왔습니다.”라는 두 문장의 차이는 분명하다. 바로 자신감이다.
적어도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사회에서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현실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유재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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