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현대의 사이에 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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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4 오후 5:52:12



192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박람회에 독일관 설계를 의뢰 받았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Lohe)는 역사에 남을 만한 건물 디자인에 열정을 쏟았다. 넓은 연못과 사각형 벽과 천정 만으로만 구성된 건물은 공간을 중심으로 디자인 된, 그간 서양 건축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의 것이었다. 박람회가 끝나고도 파괴되지 않고 지금까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이 건물의 가치가 어떠한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는 이 건물에 딱 어울리는 소파도 같이 디자인 했다. 일명 ‘바르셀로나 의자’라고 불리는 소파였는데, 독일관 건물 못지않게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다.


소파의 모습은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이종교배적이었다. 오래된 고전적 전통의 느낌을 주는 쿠션 부분과 완전히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금속 부분이 서로 결합되어 매우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두툼하고 어두운 색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등받이와 좌석 부분은 그리 낯선 모양은 아니다. 여느 앤틱 소파에서 볼 수 있는 재료와 모양의 쿠션이다. 푹신해 보이는 질감과 수많은 손길이 스쳐간 듯 한 디테일들은 바로크나 로코코를 연상케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그리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쩌면 이 등받이와 쿠션 부분은 이 의자에서 전통과 역사와 익숙함을 구현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이 문제였다.


쿠션이 들어간 부분을 빼고 난 나머지 부분은 기존의 소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팔걸이는 생략되었고, 쿠션을 받쳐주는 육중한 나무 구조물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몇 백 년 동안 내려오던 소파의 육중한 구조물들을 순식간에 필요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바로 X자 모양의 얇은 금속 구조물이었다. 철에다 탄소를 함유하여 막강한 강도를 가진 스테인레스 스틸은 손이 많이 가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구조물들을 완벽하게 대신하고도 남음이 있다.


단순한 모양에 단순한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앉는 사람의 몸무게를 지탱하는 데에 있어서는 전혀 하자가 없고, 적당한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서 기능에 있어서는 오히려 뛰어났다. 게다가 형틀에 주물을 부어서 만들 수 있는 구조물이라 생산에 있어서도 훨씬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금속성의 번쩍이는 질감과 단순한 모양의 형태는 현대적인 조형감각에 매우 부응하는 것이다.


조형적으로도 아주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 쿠션 부분과 다리 부분은 각각 고전과 현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지만, 3차원의 입체적 조형 요소와 2차원의 평면적 조형 요소가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형태이기도 했다. 심플한 모양의 의자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가치들이 서로 격렬하게 대비를 이루면서 복합적이 미감을 가져다주는 조형물로서도 손색이 없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현대 건축의 선각자로 칭송을 듣는 건축가였지만, 현대적이지 않은 것들, 특히 고전주의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현대 건축의 동력으로 삼았던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소파에서 이렇게 고전주의적 이미지들을 현대 가구에 적용한 것을 보면, 그의 디자인 세계가 칼로 무 베는 식의 정의로는 잘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무튼 간단한 의자 하나에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아놓은 그의 솜씨는 역시 거장의 이름이 허울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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