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쿤(Thakoon)’은 어떻게 미셸 오바마, 안나 윈투어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일까? 영부인, 패션계 여왕이기 이전에 워킹 맘이자, 전 세계 여성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이 바로 타쿤의 옷이다.
하지만 그의 컬렉션을 처음 맞닥뜨리면 조금 당황하게 된다. 이 옷들이 정말 ‘예쁜’ 것일까?
질문 자체를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예쁜 옷이 필요한가, 편한 옷이 필요한가, 좋은 옷이 필요한가, 과연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옷은 무엇인가?
100년 전만 해도 귀부인은 집안의 꽃 역할을 하며 각종 모임에 따라 옷을 갈아입었다. 일할 필요가 없던 그녀들은 내 한 몸 희생해도 남성에게 예뻐 보이는 옷이 최고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도 집 밖으로 나가서 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저 예뻐 보이기 위해 붙였던 각종 장식과 땅에 끌리는 긴 길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풍성한 볼륨 등은 점차 사라졌다.
간소화 된 옷은 이전과는 다른 아름다움의 기준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처럼 아름다움의 기준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그것이 현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각자만의 개성으로 다양한 옷을 쏟아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타쿤의 옷을 살펴보자. 그리고 그의 옷을 칭찬했던 두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 보자. 그녀들이 필요로 했던 옷은 여성이 일하는데 있어 편하고, 클래식한 듯 하면서도 남들보다 반발자국 앞선 미적 감각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며, 좋은 소재와 뛰어난 디테일을 갖춘 옷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타쿤의 옷은 정말 그 조건에 부합한 것일까?
우선 타쿤의 옷은 뉴욕에서 활동 중인 여느 동양계 디자이너들과 같이 허리를 조이지 않는 여유로운 실루엣을 주로 선보인다. 허리의 여유는 여성들에게 활동성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코르셋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여성의 몸을 구속하는 패션은 알게 모르게 현대 여성을 옥죄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니멀리즘 시대의 몸에 꼭 맞게 재단 된 재킷이다.
90년대 후반 크게 유행했던 미니멀리즘 패션이 수그러든 이유도 꼭 맞는 재킷의 불편함에 여성들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도시적 감수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되었던 재킷은 검정색 또는 회색, 끽해야 핀 스트라이프 무늬의 원단으로 똑 떨어지는 실루엣 일색이었다. 이러한 재킷은 시선을 분산시킬 장치 하나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몸매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워킹 맘에게 미니멀리즘 패션은 유리 감옥과 진배 없다.
안나 윈투어가 셉템버 이슈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말한 “Thakoon is really good”이라는 한 마디가 신인 디자이너가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되어 준 것은 실제로 타쿤의 옷이 현대 여성에게 꼭 필요한 옷이기 때문이다. 허리를 조이지 않는 실루엣 말고도 그의 옷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많다.
고학수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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