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25일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이 한국 영화사상 여섯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제 남은 신기록은 역대 흥행 순위 1위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1335만 명)>의 기록을 깨는 것이다. 올 상반기 우리 영화계는 수천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이 이어졌지만 완승을 거두었다.
흥행 순위 상위에 오른 10작품 가운데 7개가 한국 영화였고 관객 수도 역대 최고였다.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영화부터 복고풍의 멜로물까지 소재 면에서 다양해졌고 전 세계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한국적 모던 감성으로 담아낸 것이 주효했다.
# 2. 가수 싸이의 신곡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지난 8월14일 유튜브가 공개한 이번 달 '가장 많이 본 동영상'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현재 2800만 조회수를 기록, 3000만 조회수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댓글만 11만4500개를 넘어섰다. 노래 한 곡이 이렇게 단기간에 세계적 선풍을 일으킨 것은 전례가 없다고 한다.
CNN,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즈, 허핑턴 포스트, 프랑스 M6 TV 등 해외 매체들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매력과 싸이 돌풍을 보도했다.
이 두 장면의 공통점은 B급 정서를 반영했다는 점이다. 예쁜 외모와 군무로 무장한 K팝이나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예술 영화와 달리 외국인에게도 먹히는 말춤이나 도둑놈같은 신선한(?) 우리만의 B급 정서가 한류 콘텐츠를 풍성하게 해준 셈이다.
자본과 유통에서 열세인 한류가 가야할 다양성과 공유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준 셈이다.
그런데 한류의 한축인 한국 패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2013 봄/여름 서울패션위크를 역차별 논리를 들며 강북에서 치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를 제시하더니 황당한 패션 이벤트 기획안도 내놓았다.
바로 서울광장 갈라 쇼다. 형식적으로는 시민과 함께 하는 전야제 행사다. 명분은 좋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다. 한국의 고전 문화에서 영감은 받은 작품이나 명주나 마 등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디자이너들에게 제작하라는 것이다. 전통 재해석 같은 주제는 패션 콘테스트에도 나오지 않는 고리타분한 주제다.
여기에 서울패션위크 기간 동안 행사장 간이 무대에서 국악그룹이 등장하는 전통문화공연을 가진다는 계획이다. 외국 프레스와 바이어를 배려한 아이디어로 보이지만 외국인들이 극찬하는 모던한 서울의 패션 풍경을 왜 자꾸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 민속촌으로 되돌아가려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한류로 포장하려는 콘텐츠는 조선시대 전통 한복이 아니다. 뉴욕에서 성공한 강진영&윤한희 커플이나 파리에서 성공한 우영미나 정욱준이 한복을 접목한 옷으로 성공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없다. 그들은 스타일에서 찾을 수 없는 정체성을 김치 냄새나는 한국적 정서로 어필하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여자 양궁이 금메달을 독식하자 해외 언론은 그 비결로 한국 여성들의 김치 담그기와 젓가락 사용으로 분석했다. 우리가 굳이 전통을 주장하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한류 콘텐츠에서 김치 냄새를 맡고 있다는 증거다.
한류는 형식이 아닌 정신의 문제기 때문이다. 서울광장 갈라쇼 아이디어는 패션 행정 부재가 가져온 한국 패션의 비극이다. 또한 패션의 진보성을 간파하지 못한 보수 관료의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패션계의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기획력 없는 대행사와 비전문적인 패션 행정, 왜곡된 유통 시스템, 디자이너의 주인의식 부족 때문에 서울컬렉션이 시작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의 또 다른 의미는 진보와 혁신이다. 과거나 후퇴가 아니다. 진보 색채의 박원순표 서울시 행정 에서 진보적인 패션 산업이 부분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유재부 객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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