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막연하게 동경했던 현대 대중문화의 메카 영국의 문화 콘텐츠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제30회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본 입생로랑의 결승전 패션쇼 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시대별로 고증된 의상들은 20세기 패션사를 보는 듯 했고 영국이 낳은 익숙한 팝 명곡들은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특히 20세기 최고 아이콘,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피날레에서 관중들과 떼 창(?)을 연출한 <헤이 주드>의 후렴구 '라라라'는 필자를 포함해 위성 중계를 지켜본 10억 지구인을 하나로 이어주었다.
소셜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아이콘이 소통 수단으로서 그 정점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슬럼덕 밀리네이어>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거장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한 개막식은 영국의 역사와 정체성, 가치, 유산, 디지털, 미래를 담았다. 핵심 아이콘은 상업적인 '문학'과 '대중음악' '패션'이었다. 매스 게임이 주도하는 개막식과 달리 경이로운 섬(?)으로 변신한 주경기장은 초기 농촌 풍경으로 시작해 산업혁명의 아이콘인 굴뚝이 연기를 내뿜더니, 세계대전 이후 빨라진 산업화는 붉은 용광로로 변했다. 이어서 www와 SNS도 21세기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주경기장은 현대 문학사의 공간으로도 변주되었다. 21세기 최고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한 조앤 K. 롤링이 등장한 가운데 <피터팬>의 후크 선장, <101마리 달마시안>의 크루엘라 드 빌,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등 동화와 영화를 통해 익숙한 악당들이 조앤 K. 롤링의 낭독에 맞춰 주경기장에 등장했다.
◇ 개막식 의상상 유력 후보
전원풍의 원피스부터 부르주아들의 정통 수트와 노동자의 복장, 컨템포러리 패션까지 만약 개막식 의상상이 있다면 유력한 수상자일 듯싶다. 여기에 2000년대의 악틱 몽키즈가 1960년대 비틀즈의 명곡 <컴 투게더>를 커버하는 것을 비롯, 영국을 대표하는 팝스타들이 멋진 공연을 선사했다. 영국의 역대 올림픽 스타들을 제치고 무명의 10대 스포츠 선수 7인이 등장한 성화 점화도 경이롭다. 불투명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청춘연가'는 영국 패션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알렉산더 맥퀸, 스텔라 맥카트니와 같은 젊은 패션 디자이너를 영국패션협회가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해 세계 패션의 미래 지도를 그려 나가는 점에서 영국 패션은 상업적으로 전락한 프랑스와 이탈리 아패션과 달리 미래가 밝아 보인다.
◇ K-POP, 한류 스타 활용한 콘텐츠 만들어야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개막식을 생각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까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K-팝 스타들과 배용준, 이병헌 등 한류 스타들이 등장해 우리만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녹아있는 개막식을 펼친다면 평창 동계 올림픽도 88 서울 올림픽 때 보여준 전통문화와는 다른 한류 감동을 세계인에게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중국의 거장 장이모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을 맡은 것처럼,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도 박찬욱 감독이나 김기덕 감독 같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춘 모던 스타일리스트 감성이 풍부한 거장이 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재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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