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원한 물속으로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찜통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비키니며 모노키니도 다양한 형태로 대중화 되고 있다. 좀더 남다르고 싶다면 에르베 레제의 밴디지형 수영복은 어떨까? 비키니라고도, 모노키니라고도 분류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로 세상에 선보인 에르베 레제 수영복은 몸을 더욱 탄탄하게 조여주어 심지어 수영도 더 잘 될 것만 같고, 가벼운 치마만 걸치면 근사한 레스토랑에 바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에르베 레제의 밴디지 원피스<사진1>는 수영복으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사실 여성성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밴디지 소재와 수영복의 만남은 필연으로 보인다.
사실 에르베 레제의 밴디지 드레스는 이제 막스 아자리아 라는 디자이너에 의해 재해석되어 선보여지고 있다. 막스 아즈리아가 디자인 하는 밴디지 드레스는 이렇게 수영복과 같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또 다양한 재료로 기존의 밴디지 드레스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2>는 얼핏 다양한 크기의 하운드 투스 체크 무늬 천과 금속재질의 사각형의 재료의 결합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내 에르베 레제의 밴디지 드레스를 떠올리게 된다. 디자이너에게 있어 시그니처 디자인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의상이다.
막스 아즈리아는 밴디지를 천처럼 보이게 하거나, 반대로 천을 밴디지처럼 잘라 이어붙여 밴디지 드레스처럼 보이게도 한다. 다양한 색상의 데님을 이어 붙인 원피스는, 여성의 신체 곡면을 따라 유기적으로 구성 된 선들,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 된 색상 등 소재만 바뀌었을 뿐 기존의 밴디지 드레스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바뀐 건 소재뿐이 아니다. 밴드가 결합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변화되었다. 단순히 직선들을 연결하여 스트라이프 무늬로 보이거나 한 판의 천처럼 보이는 데서 벗어나 엮고, 꼬고, 비틀고, 일부만 재봉하여 속살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실험은 천을 잘라낸 것과는 또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일반 밴디지보다 가느다란 끈들을 엮은 디자인을 보노라면, 오히려 태초의 천을 만드는 방식, 천의 본질로 돌아가는 듯해 보이기도 한다. 씨실과 날실의 결합을 극대화하여 보여 주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에게 있어 어떤 옷이든 그 디자이너가 떠오를 수 있는 시그니처 아이템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 20여년 전에 탄생한 밴디지라는 소재로 만든 옷은 현재까지 그것이 드레스든, 재킷이든, 수영복이든 에르베 레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분명, 그것을 성공적으로 현대화 시킨 막스 아즈리아의 실험정신과 디자인 능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여년 전의 에르베 레제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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