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가 탄식했을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두칼레 궁의 모습은 정말 베니스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눈에 확 띈다. 기본적으로 박스 형태의 건물이지만 건물의 색이나 장식은 같은 이탈리아이지만 피렌체의 건물들과는 많이 다르다.
베네치아 고딕이든 뭐든, 고딕 스타일의 건물이라면 분명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주어야 할 테지만 건물의 밝은 색깔의 외장은 작열하는 태양과 맞짱 뜨는 것처럼 밝고 화사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돌로 지어진 것이 분명한 건물이건만, 마치 레이스를 두른 건물처럼 보이게 하고 있는 하얀색의 2층 열주들은 석조 건물로 부터 단단함과 무게를 완전히 박탈하고 있는 모습이다.

열주뿐 아니라 밝고 화사하게 단장한 듯 한 벽돌과 부드러워 보이는 조각들, 기타 장식들 역시 건물로부터 쓸데없는 힘을 모두 빼고, 베니스가 전성기를 달릴 때의 세련된 면모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건물은 궁. 베니스가 전성기를 달릴 때부터 베니스의 모든 행정 업무들이 이루어졌던 가장 권위적인 곳이었다. 건물 하나에 모든 행정이 집중될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은 규모였다는 것이 좀 놀라운데,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이 건물에 감옥도 같이 있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행정부와 사법부가 같이 있었다는 것. 건물 옆으로 가보면 그 증거가 있다.
이 건물 옆으로는 감옥의 죄수들이 언제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탄식을 하며 건너갔다는 탄식의 다리가 보인다. 신경을 쓰지 않고 보면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작고, 그저 그런 다리처럼 보인다.
바로 이 다리를 그 유명한 카사노바가 건너갔으며, 나중에 탈출하기는 했지만 이 두칼레 궁의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었다. 카사노바를 사랑했던 많은 여인들이 탈출을 도와주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이 궁의 감옥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명성만큼은 눈에 보이는 궁 못지않게 되었다. 그 정도면 카사노바를 면죄해주어도 괜찮을 듯 싶다. 그런데 이 탄식의 다리를 보다보면 안에 있었던 카사노바가 탄식을 했을지, 바깥에 있었던 베니스의 뭇 여인네들이 탄식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궁 옆으로는 높은 기둥 위에 사자 한 마리가 앉아서 같이 지중해 저 멀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 뒤 편으로는 베니스 전체를 내려다보는 망루가 하늘로 날아가듯 우뚝 솟아 있다. 서로 전혀 닮지 않았지만 육중하게 횡으로 우뚝한 궁과 가늘고 길게 종으로 올라가는 탑과 기둥들이 강한 대비를 이룬다.
바다에서 보면 이런 효과들이 두칼레 궁 주변을 얼마나 독특하게 만들는었는지 알 수 있다. 지금도 이러한데, 15세기 당시에는 얼마나 환상적이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최경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