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환상으로 바꾼 카림 라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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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유니버시티 지하철역 디자인

2012-07-27 오후 1:25:21



디자인이 쾌적하고 편리함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의무를 다했다고는 할 수 있으나 좀 부족한 면이 있다. 주변의 경조사를 모두 챙기는 사람으로부터 남을 배려하는 성실함은 느낄 수 있으나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사람이 아닌 디자인의 경우에는 매력에 대한 가치들이 더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쾌적함이나 편리함 정도는 굳이 디자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테크놀로지 수준에서 얼마든지 충족할 수 있다. 빠르고 편리한 자동차나 어디서든 통화가 잘되는 전화기, 무엇이든 신속하게 해줄 수 있는 컴퓨터 등,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의 산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현대문명을 지탱하면서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요구되는 이유는, 삶이란 그저 편리함과 그저 쾌적함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으며,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것들에 대한 요구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강력한 매력을 가져다주면서 테크놀로지와 차별화되는 영역들을 구축했고, 단지 기능성이나 상업성이 아닌 어떤 가치들을 내놓으면서 존재감을 만들어왔다. 별 것 아닌 지하철역 하나를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카림 라시드의 솜씨를 보면 그런 디자인의 힘을 아니 느낄 수 가 없다.


한때 세계를 휘어잡던 포스의 디자이너였지만 차츰 생기와 힘을 잃어가더니 지금은 다소 전성기가 끝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뜸했던 카림 라시드였다. 하지만 현대인의 일상이 담기는 지하철역을 환상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그의 솜씨를 보면 아직은 거장으로서의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하철이라면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방울 가득한 일상이 분주하게 담기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은 대개 기능성만이 담기는 건조한 공간이 되기 쉽다. 레스토랑같은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매력보다는 기능성이 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의 지하철을 타더라도 공히 단조롭고 건조한 분위기들에 있어서는 대차가 없고, 오로지 얼마나 깨끗하고, 얼마나 잘 보이는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하지만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나폴리의 유니버시티 역을 보면 이 모든 것이 선입견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지하철역은 단지 잘 찾아가고 쾌적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서 일상공간을 매우 환상적인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단지 화려한 이미지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란한 프린트의 바닥이나 벽과 천정들의 이미지들에서부터, 환상을 불러일으킬 만한 모양의 조형물들에 이르기 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초현실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아름답다. 지하철역이 아니라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환상적인 지하철 역이라면 현실에 찌들은 오가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촉촉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도 남을 만하지 않은가.



최경원 현 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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