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 문화 살포시 안은 장 누벨의 아랍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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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2-07-23 오전 9:18:38


서유럽 문화와 아랍문화는 상호충돌하면서 지금껏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 한 끝에서 볼 때 이들의 모습이 서로 충돌할 듯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유럽 한복판에서 보는 이들의 모습은 의외로 평화롭다.


파리에 있는 장 누벨의 아랍 문화원 건물은 현대에 형성된 이국적 문화가 성공적으로 결합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건물은 파리를 흐르는 세느강 주변에 지어진,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다. 모양도 요란하지 않고, 덤덤한 편이다. 그런데 철골과 유리로 마감된 이 건물은 어쩐지  이슬람풍이다. 


아랍의 고 건축물들이 지닌 거대하고 인상적인 돔이나,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그 원인은 건물 정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건물의 정면 유리창이 좀 색다르다. 유리창 뒤에 금속이 가미된 판이 붙어있다. 보통은 유리창이 실내를 투명하게 비추어주는 구조를 갖는데, 이 유리창은 모두 뒤에 네모 반듯한 금속판이 붙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금속판에는 다양한 크기의 구멍들이 규칙적으로 뚫려 있어서 답답한 느낌은 없다. 그러면서 규칙적으로 뚫린 구멍들이 자아내는 패턴은 이슬람적인 이미지를 은은하게 풍긴다. 이 건물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도 바로 이 정면 모습 때문이었다.


격자 모양에 크기가 다른 구멍들이 기하학적으로 어울린 모습은 이슬람 사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그대로 옮겨 온 것은 아니지만 매우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현대적 이미지와 이질적인 문화적 취향이 아주 잘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고 할 만하다. 서양의 현대 건축물의 이미지와 근본이 다른 이슬람의 문명적 이미지가 이 크지 않은 현대적 건물 안에 오롯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문화적으로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사무엘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을 주장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는 서로 섞일 수 없다는 주장을 했지만, 건축가 장 누벨은 자기 건축에서 ‘문명의 조화’를 실현하였다. 세상을 보는 건축가의 뚜렷하고, 도덕적인 가치가 잘 나타난다.


그런데 건물의 정면을 장식하고 있는 금속판의 구멍들은 사진기의 조리개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햇빛의 양에 따라 구멍의 크기가 자동으로 조절된다고 한다. 햇빛이 강하면 구멍의 크기가 작아져서 건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적게 해주고, 햇빛이 약하면 구멍의 크기가 커져서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많아진다.


장 누벨은 단지 아랍의 이미지만을 건물의 정면에 옮겨 온 것이 아니라, 건물의 기능적인 부분들도 같이 해결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하게 생긴 한 동의 건물이지만, 이 건물의 디자인 안에는 이처럼 기능적인 해결 뿐 아니라 문화적인 해결까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고, 그 덕분에 이 건물을 디자인했던 장 누벨은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게 된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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