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그의 디자인에 관한 것인지, 그 디자이너 자체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1983년생, 대만계 부모님을 둔 샌프란시스코 태생의 미국인, 파슨스 스쿨 2학년 중퇴 이후, 다양한 곳에서의 인턴십을 거쳐 2007년 자신의 첫 여성복 컬렉션을 론칭, 각종 대회서 수상하며 승승장구했다. 그에게 우호적인 언론 또한 신인 디자이너로써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조건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그는 15살에 자신의 첫 컬렉션을 열게 된다. 파티 기획자였던 형수의 제안으로 파티복을 디자인했고 수십 벌의 옷이 완성되자, 다시 그녀는 그 옷들로 자신의 결혼식에서 패션쇼를 해보자고 한 것이다. 10대 청소년의 순수한 옷에 대한 애정과 파티 기획자가 만나 나름의 구색을 갖춘 패션쇼였으니, 이러한 디자이너의 성장 스토리도 그에 대한 호감도를 한층 배가 시킨다.
알렉산더 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에 대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되는 수많은 패션 블로그의 포스팅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알렉산더 왕 정도면 감히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듯 하다.
칼 라거펠트나 마크 제이콥스, 존 갈리아노, 과거의 톰 포드 등이 패션계를 넘어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그 이름이 알려졌듯 알렉산더 왕도 그의 대중적 인지도를 한참 높이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20대의 티를 벗지 못한 나이에 말이다.
도대체 그의 스타일이 어떻길래 아이돌 가수 뺨치는 팬클럽 같은 포스팅이 난무하는 것일까? 컬렉션 마지막에 인사하기 위해 무대로 나온 알렉산더 왕의 스타일을 한번 살펴보자. 사실 별 것 없다. 무채색 계열의 옷,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여느 뉴욕의 젊은이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항상 발랄하게 뛰어나와 인사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옆집 소년 같다. 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이 스타일이 오히려 젊은이들의 롤 모델이 되어 주고 있다. 마르고 왜소한 몸, 남자답기 보다는 소년에 가까운 몸을 가진 평범한 남성들에게 티셔츠에 바지 하나만 입어도 이렇게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T by Alexander Wang이라는 세컨 라인으로 자신이 입는 것 같은 스타일을 보여준 티셔츠가 주력 상품이긴 하지만 원피스나 바지, 재킷 등 모든 아이템이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담론의 문제는 패션 디자이너로써 알렉산더 왕의 컬렉션에 대한 언급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위에서 밝힌 그의 짧은 연혁과 그의 사진들, 또는 컬렉션 사진을 쭉 나열할 뿐이다. 정말 그는 옷도 잘 만드는 디자이너일까?
그의 옷에 대한 특징을 사람들은 ‘편안한, 캐주얼한, 스포티 룩, 클럽에 입고 가기 좋은’ 같은 두루뭉술한 형용사로 표현한다.
그는 자신의 의상은 ‘도발적인 여성’, ‘엣지 있지만 어딘가 미성숙한 경계에 있는 여성’을 위한 옷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도시여자가 아닌, 좀 불완전한 여성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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