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현실 위에 세워진 초현실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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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디자인 기행

2012-07-06 오후 4:59:23



넓은 바다 위를 가르지른 시원한 길을 대하는 순간 이미 베니스로 들어가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게 된다. 넘실거리는 파도로 가득한 푸른 지중해 위로 육지와 바다를 가늘게 한 줄로 이어주는 길은 대단히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유혹적이다. 실같이 가느다란 길의 끝에 걸려있는 거대한 도시의 어슴프레한 윤곽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가보고 싶은 욕구를 강렬하게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 배처럼 떠있는 섬의 모습은 현실과 완전히 떨어져 있는 피안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지도가 아닌 눈으로 보이는 베니스는 이미 도착하기 전부터 현실을 잊게 만들고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초대를 하고 있다.


언제 파도가 넘칠지 모를 짙푸른 바다를 곁에 두고 육지처럼 달린다는 것도 특이한 느낌을 준다. 선명한 색깔의 드넓은 바다는 좁은 길의 존재감을 지워버리고, 바다를 달리는 건지, 땅을 달리는 건지 모를 오묘한 느낌을 준다. 베니스에 진입한다는 기대감을 대단히 증폭시킨다. 클라이맥스는 산타루치아 역이다.




기차를 타고 베니스에 진입하면 역에서 나오자마자 베니스를 만나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게 왜 혜택인지는 역을 나오면서 만끽하게 된다. 기차 역 바로 앞이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운하이다. 운하와 좁은 거리, 운하 건너편의 건물들이 어울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을 만나기 떄문이다.


산타루치아 역의 모습은 피렌체의 산타마리아노벨라역과 같이 심플한 모던 건축계열에 속하는 디자인이다. 크지 않은 규모에 수평으로 간결하게 펼쳐진 모습은 역 앞의 복잡한 공간구성을 오히려 잘 보완해 주며, 공간의 감동을 극대화시켜 주고 있다. 건너편에서 운하의 물과 함께 보는 건물의 심플한 모습은 베니스의 고풍스런 분위기에 대비되어 눈에 띈다.




대체로 이 역 공간에서부터 베니스의 여행은 시작된다. 초입에서부터 느껴졌던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공간들은 이 베니스 안쪽으로는 무한정 펼쳐져 있어서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운하를 오가는 배를 타지 않는 이상 좁은 골목길을 걸어서 다녀야 한다. 다른 도시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체험들을 여기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아무리 정교한 지도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들 베니스의 수많은 좁은 골목들에서는 무용지물이란 걸 조금 있으면 알게 된다. 어디를 간다고 한들 정확하게 원하는 곳을 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복잡한 골목길들을 즐기면서 다니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베니스의 매력적인 공간들을 듬뿍 만나게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운하의 물에 건물들이 마치 수중에서부터 솟아오를 것처럼 지어져 있는 풍경이다. 물과 건물이 마당이나 대문과 같은 완충 공간 하나 없이 멀쩡히 도열해 있는 모습들은 지구상에서 베니스 말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풍경이며, 초현실적이다.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도 베니스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모습이다.


휘어진 운하 주변의 건물들, 곤돌라를 비롯한 많은 배들이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이런 공간들이 가득 들어있는 곳이 베니스이며, 이런 공간들에 스며들어 있는 수많은 역사의 흔적들과 감동을 찾는 곳이 베니스를 살펴보는 의미이자 매력이라고 하겠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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