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건물을 왜 지을까? 단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옷을 만들지는 않는 것처럼, 단지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집을 짓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물을 짓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이유가 한 둘이 아니다. 단지 비바람만 피하고 넓은 공간을 얻으려고만 한다면 입방체 모양에 공장같은 모양의 건물만 지으면 될 것이다. 물론 20세기 전반에 걸쳐서 세계의 건축들을 대체로 그렇게 하긴 했다. 하지만 21세기로 넘어 오면서부터 건축물들은 바깥 모양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건물의 모양에 대해서 기대하는 바들이 커졌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두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건물의 모양에 대해서 왜 많은 요구들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도시를 채우고 있는 건물들의 크기가 매우 크다는 데에서 단초를 얻을 수 있다. 건물은 일단 크다. 기왕 크게 지어야 할 물건인데, 안에 들어가서 사는 목적에만 맞추어 짓기는 좀 아깝다. 그게 개인 건물일 경우에도 그렇지만 국가가 짓는 것일 경우에는 좀 더 시각적으로 공익적인 가치들을 담을 필요가 있다. 가끔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잘된 경우들도 많다.
빌바오 같은 경우에는 건물의 모양 하나 때문에 도시하나가 먹고 살기도 한다. 그러니 건물의 모양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무한한 효과를 등한시 할 수 없는 것이다.
건축물의 모양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상징적 효과는 특히 국가의 큰 행사를 위해 만들어지는 건물에서 크게 얻을 수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처럼 정치적이거나 격식이 있는 행사가 아닌, 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에서 건축물들은 훨씬 자유롭고 재미있는 상징성들을 표현하곤 한다. 그래서 이런 스포츠 행사에서 건물들은 스포츠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이벤트를 더욱 부각시키기고 드라마틱하게 할 뿐만 아니라 행사의 격조나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서는 이제 경기가 이루어지는 경기장 자체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주 경기장이었던 알리안츠 아레나는 스포츠 행사의 이미지를 즐겁고 환상적인 건축 이미지로 격상시킨 시발점이 되었던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경기장들과 비교해 보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만, 이 경기장은 단지 경기를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경기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환상적인 인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우선 보기에 이 축구장은 건물이라기보다는 우주선이나 조각 작품을 연상케 하였다. 건축물, 혹은 경기장에 대한 선입견들을 완전히 무산시키는 디자인이었다. 건축물의 외관을 플라스틱으로 성형한 모양들로 감싸는 지극히 단순한 처리였지만 그 결과는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이미지의 축구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축구장은 많지만 이처럼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모양의 축구장은 없다. 게다가 이 하얀색 플라스틱 안에는 갖가지 색깔의 조명이 들어 있다.
특히 야간 개장 시 환상적인 색의 향연을 펼쳐 보였었다. 덕분에 축구 경기가 있었던 국가의 이미지나 축구경기를 보는 세계인들의 이목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게 반전되었다. 이 경기장 하나로 인해 독일 월드컵은 어느 나라가 우승했는가 보다는 경기장의 강렬한 인상이 세계적으로 뚜렷하게 인식되었다. 이후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서는 경기장 건물의 디자인에 대해 대단한 정성을 들이게 되었으며, 세계인들은 덕분에 스포츠 경기 뿐 아니라 새로운 건축물에 대한 기대와 놀라움들을 덤으로 더 얻게 되었다. 이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장은 그런 흐름을 시작한 최초의 건물이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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