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난 유적들을 보면서 피렌체 도심을 걷다보면 고풍스러운 건물들 안에 패션 명가들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상업적인 활동마저도 과거와 현대가 고품격으로 만나면서 이루어지고 있구나하는 생각들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그중에 맞닥뜨리게 되는 집들 중에 하나가 바로 페라가모다.
르네상스 문화에 있어서 피렌체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패션에 있어서도 꽤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세계 패션에서 이탈리아 패션을 첫 손가락에 꼽고 그 중심지를 밀라노로 치고 있긴 하지만, 그런 이탈리아 패션을 구성하고 있는 패션의 명가들 중에서도 피렌체는 르네상스 선배들의 명성에 전혀 흠이 되지 않을 정도의 비중들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피렌체에서도 꾀나 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가 ‘페라가모(Ferragamo)’이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이름이 높지만 이 브랜드는 밀라노가 아니라 피렌체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일구어 나갔다. 페라가모가 미국에서 돌아와 구두를 만들면서 브랜드를 키워간 그 생생한 현장이 바로 피렌체 거리 한 쪽에 아직까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워낙 고풍스러운 곳이라 50여년 남짓한 역사를 역사라고 말하기는 부끄럽긴 하지만 페라가모의 매장과 그 매장을 품고 있는 건물의 어둡고 육중한 무게가 브랜드의 이미지와 연속되면서 페라가모의 신뢰와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페라가모가 피렌체 출신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유명해진 다음 대공황 때 피렌체로 돌아와 정착하면서 세계적인 구두 브랜드를 성장시켰으며, 현대 문화에서도 피렌체가 녹슬지 않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피렌체를 빛나게 하고 있는 브랜드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구찌(Gucci)’다. 구찌는 1921년에 구찌오 구찌에 의해 설립되고, 1913년 피렌체에서 사업을 처음 시작하였다.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들로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명 패션 브랜드로서 우뚝 서있다.
그래서 이 같은 유명한 브랜드가 케케묵은 르네상스시대의 먼지가 아직도 잔뜩 쌓여 있는 관광지인 이곳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좀 낯설어 보인다. 하지만 구찌를 통해 우리는 르네상스 문화가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하고 끝난 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피렌체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 1953년도의 광고를 보면 구찌의 이미지가 피렌체의 고풍스런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찌의 고풍스러움이 오히려 피렌체의 전통적 이미지로부터 상속받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피렌체의 패션은 겉으로 보이는 수수한 모습과는 달리, 이탈리아 내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르네상스의 전통을 여전히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피렌체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미켈란젤로 언덕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모습은 아마도 600여년 전에 미켈란젤로가 바라 본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15세기 풍경을 오늘날에도 여전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거의 기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그 속에서는 여전히 문화들이 현재진행형으로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 더 놀랍다. 피렌체는 이렇게 해서 역사 속에서 나와 역사 바깥으로 거닐고 있는 거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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