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에서 빼놓으면 안 될 미술관 중 하나가 퐁피두 센터이다. 루브르 미술관이 주로 고전적인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면 이곳에서는 현대 미술과 디자인들을 주로 전시하면서 파리의 조형예술을 양분하고 있다.
그런데 이 퐁피두 센터 건물은 그 안에 전시된 작품들보다 더 작품 스러운 외모로 명성이 드높다. 루브르 미술관의 고전 양식적 건축물의 중후함은 그 자체로 파리의 전통적 건축 경관의 한 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퐁피두 센터는 그런 전통적 경관보다는 현대적 이미지에 치중하여 파리의 건축 중에서도 눈에 띄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냥 봐서는 건물 그 자체가 하나의 설치 미술이 되고도 남는다. 영국의 로이드 빌딩처럼 건물 안에 들어있어야 할 각종의 배관들이 건물 바깥으로 나와 건물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로이드 빌딩의 썰렁함을 이 건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은 파리라는 공간의 중후함이 주변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전적 분위기로 충만한 파리의 건축적 이미지들과 충돌하면서 이 건물은 건조하고 차가운 이미지로 두드러지기 보다는 현대적 감수성을 드높이면서 고풍스런 파리의 건축들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건물의 차가운 질감은 차갑고 비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새롭고 깔끔하게 다가온다. 중후한 고전 건축물들이 즐비한 파리이다보니 이 같은 파격적인 건물이 더 눈에 띄고, 도시에 색다른 맛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퐁피두 센터는 배수관과 가스관, 통풍구 등이 밖으로 노출되도록 지어져 있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설치 미술품처럼 보인다. 센터 건물은 지하 1층에서 지상 6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 2, 3층은 도서관이고, 4, 5층은 국립 현대미술관, 7층은 현대미술 전람회장이다. 이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립 현대미술관은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의 작품 4만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센터 맨 위층에는 파리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며, 센터 밖 광장에는 조각분수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복합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는 이 건축은 로이드 빌딩으로 이름 난 영국의 리차드 로저스와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가 공동 설계했다. 수 백 명이 참여했던 뜨거운 건축공모전을 통해 채택된 건물로 1977년 건설 당시 내부 구조가 밖으로 노출된 형태는 당시 세계 건축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 보아도 혁신적인 인상이 가득하니 당시에는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 관계로 퐁피두 센터는 건설이 되자 마자 현대미술의 메카로, 파리 문화예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곳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건물은 원래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세운 종합문화센터로 처음에는 보부르 센터라고 불렸다. 하지만 1974년, 건물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그가 사망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라 퐁피두 센터로 바꾼 것이다.
그런 내력을 가진 이 건물은 일 년에 700만 명에 육박하는 방문객을 자랑하는 관광 명소가 되었으며, 관람객의 70%는 건물 내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한다고 한다.
건축사적으로는 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특히 테크놀로지를 앞세운 파격적인 건물의 한 예로 건축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이 퐁피두 센터는 세월의 흐름에도 크게 녹슬지 않은 면모를 지금껏 과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 대로 주변의 건축경관의 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런던의 로이드 빌딩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고 있다. 건물은 역시 주변 공간과의 관계에서 모든 존재감이 결정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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