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국 광장은 비어있음의 중요함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은 1882년에 건설되었는데, 원래는 큰 시장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곳을 빙둘러서 백화점이나 여러 명품 샵들이 들어서 있는 것에서 그 흔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시장이 없어지고 남은 넓은 공터가 피렌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유명한 건축물들이나 장소들을 이어주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피렌체에서 만약 이 광장이 없었다면 피렌체 대성당을 비롯한 여러 성당들이나 우피치, 베키오 궁, 심지어 베키오 다리까지 모두가 뿔뿔히 흩어졌을 것이다. 이들 중요 공간들은 공화국 광장의 비어있음을 중심으로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고 있다. 빽빽한 건물들이나 골목들을 돌다 지친 눈들이 이 곳에서 한 숨 돌려갈 수 있으니 눈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주변은 역사를 둘러보면서 쉴 수 있는 격조 높은 카페들이 많다. 그런 카페에 앉아 광장을 보는 것도 피렌체의 중요한 문화적 호사이다. 예부터 이런 카페들은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고 하니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보았던 장면들을 같이 보면서 역사로 깊이 빠져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살아 숨 쉬는 것은 과거뿐이 아니다. 관광객 뿐 아니라 피렌체 토박이들로 이곳은 항상 북적인다. 넓은 광장에 북적이는 인파들을 보다 보면 피렌체의 살아 숨 쉬는 현재의 모습도 안 느낄 수가 없다. 자연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피렌체 사람들의 옷 차림새다. 밀라노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골과 도시의 차이 보다는 지역의 차이로 다가온다. 미세한 차이이긴 하지만 밀라노와 같은 현대적 공간에서 사람들이 옷을 입는 차림새와 피렌체의 고풍스런 공간에서의 그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경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일단 피렌체 사람들의 옷차림새는 어쩐지 소박해 보인다.

원색이나 형광색들을 찾아 볼 수 없는 옷 색깔들을 보면 확실히 이곳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적이면서도 원칙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싶을 때가 많다.
골목에서 만나는 귀여운 아가씨나 광장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커플들의 모습들에서도 원색의 화려함은 찾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무채색 톤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들은 분명이 눈에 띈다.
잘 하면 그런 가운데에서도 독특한 옷차림들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한데, 대체로 관광객들이다. 피렌체 사람들과 비슷한 색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다른 사람들을 발견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피렌체에서는 매우 자주 이런 사람들의 독특한 옷차림새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다른 지역의 관광객들과는 다른, 피렌체에 최적화된 관광객들의 패션들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다.
가끔 가다 수수한 가운데에 한 껏 멋을 부린 피렌체 인을 만날 수도 있는데, 가볍지 않으면서도 자유분방해 보인다. 피렌체적 예술성이라고 느껴도 되지 않을 가 싶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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