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에 가면 어느 곳에서나 눈을 이끄는 빌딩이 있다. 아무리 고전이고 전통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그저 그런 입방체 모양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도심 속에서 포탄처럼 우뚝 솟아서 하늘로 날아 올라갈 듯한 이 건물은 런던을 방문한 사람들 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어디서 보더라도 번쩍 거리는 금속성의 질감은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도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르는 총알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모양이다.
이런 획기적인 모양에 시적인 의미까지 가지고 있으니 런던의 랜드 마크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건물이다. 미래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영국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건물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많은 유여 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우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에 이런 획기적인 건물이 어울릴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건물을 지을 당시는 9.11 테러가 일어나서 건물과 테러의 상관관계가 도마에 올라오르던 때였다. 과연 건물을 그렇게 튀게 만들어서 테러의 표적이 되면 어떻게 하겠냐는 우려들이 사방에서 이 건물의 완성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행정 당국에서는 전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립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 8월 180m의 높이에 41층짜리 건물에 대한 승인이 떨어지면서 런던 시내에서는 25년 만에 고층빌딩이 세워지게 된다. 이 건물이 총알처럼 생기게 된 것은 고층 빌딩이다보니 주변 건물들의 일조권을 방해할 우려가 있어서였다. 그래서 건물의 평면을 원형으로 하여 주변 건물에 햇빛이 잘 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길거리의 공공성을 위해서 건물의 아래쪽을 잘록하게 만들어 1층의 공간에 여유가 많이 돌아가도록 하였다. 그러다 보니 진짜 총알이나 대표같은 모양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모서리가 없는 둥근 형태이다 보니 바람이 건물에 부딪혀 와류를 만들지 않고 마치 비행기가 공기 중을 부드럽게 날아가는 것처럼 무리가 없어서 주변 공간에 특히, 보행자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게 되었다. 그런 기능적 배려가 오히려 이 건물을 국제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고, 런던의 랜드 마크가 되게 하였던 것이다.
그 외에, 이 건물의 모양 때문에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편의가 제공되게 되었다. 자연채광이 잘 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고층건물의 굴뚝효과를 잘 활용하여 건물의 공기가 자연적으로 순환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유리로 만들어진 벽들은 사이에 공간을 둔 이중 유리벽으로 하여 여름에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가 그 아래에서 올라와 자연적으로 실내 공기의 온도를 낮추게 하였고, 겨울에는 유리창 사이에 공기가 단열재 역할을 하게 하여 전체적으로는 40%의 에너지 감소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이 건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한 결과를 얻고 있다.
이 희한한 건물이 얻은 가장 가시적이고 공공적인 가치라고 한다면 런던의 도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침체되어 가는 분위기의 도시 하나를 살린 것에 준하는 효과를 런던에 가져다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건물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몇 안 되지만, 랜드 마크로서 이 건물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건물은 다른 건물에 비해서 많은 부가가치를 산출한 새로운 감각의 최고 건물이라고 할 만하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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