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가을 프리젠테이션으로 데뷔한 이후, 이제 겨우 4년째 자신의 브랜드를 조금씩 키워가고 있는 프라발 그룽. 아직은 신인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자신의 색을 명확하게 하기보다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미셸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데미 무어 같은 유명 인사들은 공식 석상 의상으로 이 생초짜 신인 디자이너의 옷을 선택한 것일까?
21세기에 접어들어 가장 뜬 단어는 웰빙이다. 즉 건강이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자본주의, 마르크시즘적 이념 논쟁이 아니라, 내 몸이 가장 중요해 진 것이다. 패스트푸드보다 슬로우 푸드, 커피나 탄산음료보다 건강음료, 아파트에서 한옥으로의 관심 집중 등이 그러한 시류를 반영하고 있다.
음식과 집이 이러한데, 옷이라고 다를까. 그간 서양 복식은 아름다움을 위해 여성의 몸을 가히 학대해 왔다. 특히나 아름다움의 기준이 날씬함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내 본래의 몸은 날씬한 옷에 구겨 넣어야 할 몸뚱이가 되었다. 서양 복식의 역사는 아름다움을 위해 여성의 신체를 학대한 역사이다. 가는 허리가 아름다움의 기준이었을 때는 코르셋으로 고문 수준처럼 여성의 허리를 조여 소화 불량과 몸의 기형을 가져왔다. 미니스커트의 등장은 날씬한 각선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축복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날씬하든 안 하든, 미니스커트는 따듯하게 보호해야 할 여성의 하체를 보호하지 못했다.
최근 하체를 조였던 스키니 진과 하의 실종이라 불릴 만큼 짧아진 미니스커트, 킬힐이라고 불릴 만큼 높은 하이힐에서 배기팬츠와 미디스커트, 플랫슈즈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유행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는 건강이라는 트렌드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길고 늘씬한 미감에 익숙해있는 시각은 여전하다. 몸은 건강을 원하는데 시각은 아직 날씬한 쪽이 아름다워 보인다.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서는 착시효과가 필요하다. 특히 대중에게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는 공인의 경우, 실물보다 1.5배 확대되어 보인다는 2차원의 TV 화면이나 사진에서 날씬해 보이기 위한 스트레스는 굉장할 것이다. 그러한 모순 된 요구사항을 해결해 준 디자이너가 프라발 그룽이다.
그룽은 컬렉션 초기부터 옷 전면에 커다란 직선의 기하학적 도형을 얹는 방법을 쭉 지속해 오고 있다. 사진 ①과 ②는 강렬한 색들의 칼라 블록을 아무 생각 없이 옷 위에 척하니 얹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칼라 블록킹을 착시에 활용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착시를 위한 디자인적 요소는 프린세스 라인처럼 대칭으로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도록 선을 넣었다.
이 비대칭성 또한 그가 착시를 위해 애용하는 방법이다. 사진 ③처럼 그는 옷 위에 다른 천을 얹어 장식적 요소로 활용하는데 이 때 철저히 계산 된 위치에 선을 둘러 원래보다 더 날씬해 보이게, 다리를 더 길어 보이게, 허리는 더 잘록해 보이도록 한다.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아름다워 보이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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