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시즌마다 컬렉션을 설명하는 데 빠지지 않는 말이지만 딱히 무엇을 표현하는 단어인지 짐작되는 것도 없다. 주로 옷감이나 소재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 자주 쓰이는 걸로 미루어 보아 소재의 질감에 대한 표현이겠거니 유추할 뿐이다.
사실 고시감은 영어로 Hardness에 해당되는 표현이다. 풀을 먹인 것처럼 빳빳하고 딱딱한 느낌을 가진 원단에 대해서 설명할 때 ‘고시감이 있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옷감은 종이처럼 형체가 확실하지도 않고 굳고 꿋꿋한 물성을 가지기도 어렵다.
그래서 ‘고시감’은 축 늘어지거나 유연하게 휘감기지 않는 원단이라면 다 사용할 수 있는 폭넓은 표현이기도 하다.
몸의 곡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전형적인 서양 복식이라면 좀 더 부드러운 소재가 어울리지만 고시감이 있는 원단은 조금 다르다. 몸과 옷이 따로 존재하는 구조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조형적이고 기하학적인 볼륨감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래서 화려한 패턴이나 색상보다는 단색의 광택 있는 천을 사용해 형태를 강조한다. 단, 고시감 있는 원단을 사용한 옷은 워낙 강한 이미지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좀 약하게 스타일링해야 한다. 강도가 센 이미지는 금새 질린다. 그러니 통일감보다는 대비되는 요소를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균형 있고 센스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낼 것이다.
김민경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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