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에서 다비드까지–도나텔로와 미켈란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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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디자인 기행

2012-05-25 오후 3:55:24


성서에서나 약자이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다비드는 거대한 규모에 위용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저 아래로 내려다 보며 우뚝 서 있는 거인의 모습이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조각들은 대체로 사람의 크기와 비슷한데, 이 조각은 그것보다 두 배 이상 큰 약 4m에 달한다. 이렇게 큰 사람의 모양을 어느 하나 어색하지 않게 조각한 미켈란젤로의 솜씨는 보면 볼수록 신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어느 한 곳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고 있는 모습이나 당겨진 턱과 긴장된 가슴근육, 골리앗에게 돌을 던지려는 준비가 완전히 된 두 팔, 딱딱한 관절과 팽창된 근육의 어울림은 그냥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그런데 왜 미켈란젤로는 이처럼 거대한 조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것이 특히 골리앗과 싸운 다윗이라는 것은 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뒤에는 사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원래 이 조각은 피렌체의 정부청사였던 베키오 궁 입구에 있었다. 손상의 위험 때문에 1873년 이 건물로 옮겨오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나 크기가 커서 복도로는 옮기지 못하고 돔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머리 바로 위에서 자연 빛이 들어와 조각의 위용과 감동을 더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만들었던 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미켈란젤로가 로마에서 활동하던 중 피렌체는 사보나 놀라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공화국을 이룬다. 공화국 정부는 미켈란젤로에게 공화국을 상징할 만한 조각을 의뢰하는 데, 사실 미켈란젤로에게 의뢰하기  50여년 전에 두치오에게 먼저 의뢰를 했던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그런데 높이가 5m에 달하는 거대한 대리석으로 무엇을 깎을지 몰라서 포기하고, 8년 뒤 로셀리노라는 조각가에게 맡기는데 역시 그도 포기하고 떠나 버린다. 이 돌은 애물단지로 40여 년 동안 피렌체 대성당 작업장에 뒹굴고 있었는데 26세의 젊은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맡으면서 이 거대한 대리석은 위대한 조각으로 거듭나게 된다.


어떻게 해서 그런 훌륭한 조각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단지 대리석 속에 들어있었던 조각을 해방시켜준 것 밖에는 없었다라는 현답도 유명하다.


아무튼 작업을 시작한지 3년 후, 겨우 29세의 나이에 다비드 상을 완성한 미켈란젤로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 나게 된다. 원래는 피렌체 대성당 돔 꼭대기에 세우려고 했으나 시민들이 더 잘 보도록 하기 위해서 베키오 궁 입구에 세웠다고 한다. 보존에 문제가 생겨 지금의 자리로 옮기고 그 자리에는 복제품이 대신 서 있다.


그런데 조각은 원작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베키오 궁 앞에 있는 모조품도 사실은 거의 원작과 똑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길게 늘어선 줄이 부담스러운 여행객들은 베키오 궁에 있는 모조품을 대신 감상하기도 한다. 좀 찝찝하기는 하겠지만 원작과 하나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감상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으며, 오히려 넓은 광장에 우뚝 서서 자연광을 받고 있는 다비드 상을 볼 수 있는 특혜도 누릴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이 조각품은 르네상스 조각의 전형을 이루었고, 그리이스 시대부터 내려오는 서양 조각의 전통을 완전히 일신했다. 그런데 그가 이런 조각을 하게 된 데에는 선배들의 보이지 않는 공헌이 있었다. 세계적인 명물 다비드 상에 있어서는 미켈란젤로의 선배 조각가 도나텔로가 이미 한 번 혁명적인 시도를 했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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