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도서관 건물이 된 도미니크 페로의 프랑스 국립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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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2-05-25 오후 3:53:06


도서관이라면 그저 책으로 가득찬 공간으로만 생각하기가 쉽다. 하기야 책 자체도 잘 안 읽는 판국에 도서관 건물이라도 있는 게 다행인지모른다. 하지만 도미티크 페로의 도서관을 보면 도서관이란 게 단지 책만 저장하고 있는 창고가 아니라 책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미니크 페로는 우리나라 이화여자대학교의 ECC 건물 설계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 출신 건축가이다. 땅을 딛고 올라서는 건물이 아니라 땅을 파고 들어가 넓은 공간을 가득 품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학교 건축의 한 전기를 마련했었는데, 파리 국립 도서관은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계기를 제공한 건물이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는 건물인데, 그의 건축에 줄 곳 나타나는 독특한 공간 구성의 단초들이 이 건물에서 이미 배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이 건물은 파리의 도시 계획에 획기적인 장을 열었던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의 그랑 프로제의 일환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알다시피 미테랑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파리의 도시계획을 아주 획기적으로 하게 되는데, 그간 고루했던 파리의 분위기를 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건축들을 통해 고전적이지만 현대적으로 바꾸게 된다.


유명한 라데팡스 지역은 지금도 관광의 명소가 되어 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이 같은 파리의 신도시 계획 가운데 하나로 라데팡스와는 거의 반대편에 파리 국립 도서관을 짓기로 하고 공모한다. 이때 당선작이 바로 도미니크 페로의 디자인이었으며, 도서관은 그의 디자인으로 지어진다. 당시 공모에는 기라성같은 건축가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전혀 알려져있지 않았던 30대의 도미티크 페로가 순전히 작품성으로 당선의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 건물을 계기로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도서관 바로 옆으로는 세느 강이 흐르는 데, 파리의 중심부로 부터는 살짝 벗어나 자리 잡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도심지에서는 그리 멀지 않으며, 세느 강으로부터 이어지는 공원에 붙어있기 때문에 단지 도서관 뿐 아니라 도시민들이 쉬기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건물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재료들이 나무나 알루미늄, 유리와 같은 부드러운 질감의 재료로 되어 있어서 요즘말로 친환경적이면서도 대단히 세련된 외관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 도서관 건물의 아래 부분은 지하가 아니라 지상 몇 층의 건물이 받치고 있다. 건물 아래로 매우 깊은 공간이 신기하게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화여대 건물의 공간성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하지만 도서관 건물의 바닥 층은 바로 강과 연결되며, 반대편 도심지로도 연결된다. 1층은 아니지만 이 높이에서 1층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복합적이고 신기한 공간 구성은 여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보통의 눈높이 시각에서 보면 이 도서관은 입방체 모양 두 개가 직각으로 붙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공위성의 시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반대편으로 건물 두 동이 더 붙어 있어서, 마치 네 권의 책들이 서로 마주보고 펼쳐져 세워진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도서관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추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좋은 공간을 두고 도서관 안에서 책을 읽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면 도서관에서 책을 안 읽수 없을 것이며 또한 저절로 공부가 될 것만 같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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