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 패션계의 이슈는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인 앤 아웃(In & Out)’과 ‘콜래보레이션(Colaboration)’이다. 20세기 내내 세계 패션계를 주도했던 쿠튀르 중심의 패션 아티스트 시대가 이브 생 로랑의 은퇴로 막을 내리고 21세기 들어 톰 포드와 마크 제이콥스 같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주도하는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패션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단계 진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제 패션이 예술이나 산업이냐는 논쟁은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예술 장르 중 유일하게 아름다운 결탁(?)이 허용되는 것이 바로 패션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극히 상업적인 젊은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패션에 대해 패션 아티스트 이브 생 로랑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든 살 수 있는 ‘햄버거 패션’이라고 평가 절하했지만 소비자들은 이 새로운 패션 민주주의 패러다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거대 자본이 투입된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것은 이제 반짝 이벤트가 아닌 변화를 위한 생존 전략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거대 자본에 이해 임명된 젊은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아르노와 같은 오너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오너에게 반항(?)했다간 톰 포드 처럼 브랜드에서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이 원하는 햄버거 패션을 추구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매년 수많은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마치 프로 스포츠의 선수들처럼 럭셔리 하우스의 성은(?)을 업거나 보따리를 싸야 한다.
몇 년 전 샤넬을 노골적으로 카피하는 H&M과 소송을 불사하던 칼 라거펠트가 결국 암묵적인 샤넬 카피를 허용해주면서 내 놓은 카드가 콜래보레이션이었다.
“소비자들은 매주 레스토랑을 가지만 가끔은 바쁠 땐 맥도날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 주어야 한다”는 명분과 함께 SPA 브랜드 H&M을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샤넬과 공생할 하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인정한 것이다. 결국 SPA 브랜드 H&M과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리미티드 에디션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2004년 칼 라거펠트를 시작으로 스텔라 맥카트니, 로베르토 까발리, 매튜 윌리암슨, 지미추, 베르사체, 마르니 등이 H&M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콜래보레이션은 패션 프로모션으로 드물게 대성공을 거두었다. 스타 디자이너 감성을 대중적인 가격으로 맛보기 위해 소비자들은 전날 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더 나아가 다음 콜래보레이션의 주인공이 누구인지가 궁금해지는 소비자들로 인해 매년 다양한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후보에 오르며 새로운 스타 탄생 시스템으로 정착했다. 마크 제이콥스와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손잡고 내놓은 루이비통 백도 백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루이비통의 갈색 모노그램에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가미하면서 글로컬 브랜드로서 새 출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시아 각국의 번화가 루이비통 매장 앞에 줄을 서서 입장하는 풍경을 봤을 때 루이비통 매장의 위상(?)을 높이는데 콜래보레이션이 일등공신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젊은 디자이너 최범석이 코오롱패션의 「헤드」와 콜래보레이션을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들어 자신의 뉴욕 컬렉션에 소개한바 있다. 소위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국내 내셔널 브랜드의 우회 상장인 셈이다. 콜래보레이션은 ‘Col+Labor’의 합성어다. 사전적 의미로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해 가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패션 콜래보레이션은 하나의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가 만나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행위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콜래보레이션은 브랜드에 없는 대중적 인지도와 크리에이티비티를 사려는 행위기 때문에 단 기간에 손쉽게 브랜드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잇점이 있을 것이다.
그럼 성공적인 콜래보레이션 요건은 무엇인가? 바로 기업과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서로 친해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들 젊은 디자이너들을 영입해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하는 하이엔드 브랜드와 그들의 재능을 빌려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하려는 내셔널 브랜드가 많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소비자들의 그 아름다운 결탁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유재부 패션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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