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가 숨쉬는 고풍스러운 아카데미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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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디자인 기행

2012-05-18 오후 5:02:27


미켈란젤로가 만든 조각은 피렌체에 널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 가장 인기가 있고, 최고의 솜씨가 베풀어진 것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다비드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다비드 상이 전시되어 있는 곳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이다. 피렌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들려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라 예약을 하지 않으면 한참이나 줄을 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모두 다비드 상 덕분이다.


그러나 다비드 상 이전에 이 건물의 이름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카데미아. 학교라는 뜻이다. 원래 이곳은 미술관이기 이전에 세계 최초로 미술 아카데미로 설립된 곳이었다. 1562년 화가 바자리와 브론치노가 주도하여 세웠는데, 서양 미술사에서 대단히 혁신적인 일이었다. 학교 하나 세운 거 가지고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중세시대 내내 조각가나 화가, 건축가는 장인에 불과했으며, 그 활동의 근간은 길드(guild)였다.


하지만 학교는 그런 길드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 속하는 것이었다. 학교는 학문을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었는데, 미술을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기존의 장인적 활동에서 학문적 활동으로 미술이 승격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기존의 도제 시스템을 가진 길드에서는 당연히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이런 반발을 이겨내고 세계 최초로 피렌체에서 미술학교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미술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는 이런 아카데미가 1648년에나 생기게 되는 것과 비교되는 일이었다. 유럽 전반에 걸쳐 일어난 학문 예술상의 혁신운동인 르네상스(Remaissance)가 르네상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단지 훌륭한 천재들이 활약했던 것 뿐 아니라 미술에 대한 이런 사회적 인식부터가 혁신적으로 달랐기 때문이었다.


아카데미라 불리는 이 크지 않은 건물은 서양 미술역사에서 하나의 혁명이었고, 예술가들이 기술자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시작점이 된다. 그런 의미를 가진 건물에 미켈란젤로의 최대 걸작 다비드 상이 상징처럼 세워져 있는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장식들과 고전적인 분위기가 미술 아카데미의 흔적과 미술관의 격조를 잔뜩 전해 준다. 출입구로부터 조금 들어가면 커다란 돔을 가진 공간이 나타나는데, 이 가운데에 다비드 상이 위용 가득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깊고 높은 실내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다비드 상은 머리로부터 자연 빛을 가득 받으면서 예의 그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 골리앗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으로 볼 때와 다른 점은 거인 골리앗과 싸운 왜소한 다윗의 모습이 아니라 골리앗 보다 더 커 보이는 거인의 풍모이다.


날카로운 시선과 긴장된 근육들이 금방이라도 어깨에 메고 있는 투석기를 던져 버릴 기세이다.
특히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팔목 관절에 이르기까지 밝은 빛을 받으며 팽창하고 있던 근육이, 팔목의 관절을 기준으로 가파르게 꺾어지면서 급속히 어둠으로 빠진다. 속에서 만들어진 긴장감은 조용한 실내를 가장 시끄럽게, 그러나 힘차게 만든다. 그 경계에 펼쳐지는 근육과 힘줄의 가파른 긴장은 이 단단한 대리석을 피가 도는 생물로 만들고 있다.


이 웅장한 다비드 상 앞에 서면 차가운 무생물의 거대한 돌, 대리석에 피가 흐르고, 역동하는 듯한 생물로 바꿔 놓은 듯한 느낌이다.


예술가의 장인 정신과 예술 혼이 대리석을 타고 흐르는 것만 같다. 그래서 그 예술성에 찬사를 보내며 더욱 경이로움을 갖게 하는지 모른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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