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처럼 사계절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을 찾기는 어렵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흐르는 물들은 우선 자연풍광을 매우 아름답고 윤기 나게 만들어 주고, 그 사이로 솟은 산들은 겹치고 겹쳐서 입체적이면서도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드라마틱하고 거대한 자연풍광들을 가진 나라들은 많지만 우리처럼 어느 곳을 가거나 아늑하고 수려한 경관을 고루 가지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자원이라는 것이 당장 에너지로 환원할 수 있는 물질에 국한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엄청난 자연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한국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자연의 이런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회색빛 빌딩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이 입방체 모양의 공간으로 획일화된 군대식 공간이 삶의 기본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은 선진국을 입에 담기가 부끄러울 정도이다. 한국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가장 큰 문제는 획일화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획일화를 벗어나려는 움직임들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극도의 획일화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또 다른 무리수들을 낳고 있다. 특히 공공건물에서의 이런 무리수들은 정치적 목적과 맞물려서 매우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런던시의 신 청사는 우리에게 매우 큰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템즈강 변에 희한한 모양으로 서 있는 이 건물은 노먼 포스터라는, 영국의 국민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디자인이다. 런던시 중심부에 있는, 포탄이 세워져 있는 듯 한 건물. 런던의 랜드 마크가 된 유명한 건물을 디자인한 사람이다. 바로 뒤 편으로 런던이 자랑하는 타워 브리지가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중심을 잡고 있다면, 새로 지어진 시 청사 건물은 완전히 현대적이면서도 뺀질뺀질한 표면을 앞세우면서 고전 건축물을 바라 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고풍스런 건물과 초현대적 건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현대적 건물 덕분에 뒤에 있는 타워 브리지는 고풍스러움을 더하게 되었고, 뒤에 있는 고전적 건축물 덕분에 새로 지은 건물은 새집 냄새를 벗어던지고 품격을 장착하게 되었다. 덕분에 템즈강을 중심으로 런던의 이미지는 고리타분한 고전주의로도 빠지지 않고, 테마 파크 같은 미래의 가벼움에도 빠지지 않게 되었다. 오래 된 것도 무조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본드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무균질의 차가운 새 것도 다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서로 서로가 변화와 중심을 고루 나누어 가지면서 공존해야 할 것인데, 우리의 시 청사나 기타 관공서 건물들을 보면 어느 한쪽 방향으로만 치닫는 것 같다. 그것은 이미 우려를 넘어서서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 그래 봤자 50년 도 못 버틸 시멘트 건물일 뿐인데…
건축가의 말로는 건물이 공기저항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렇게 둥글게 돌아가는 모양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공기 중을 시속 몇 십 Km로 달리는 물체가 아닌 이상은 과잉한 형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공기의 저항보다는 보는 이의 마음의 저항을 고려한 디자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눈여겨 볼 점은 시 청사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작고 귀여워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도 산업혁명이 최초로 일어났던 영국의 수도 런던시의 청사가 아닌가…
둥글게 돌아가는 모습이 시청의 업무를 상징하는 듯 하기도 하다. 둥글둥글 쉼 없이 돌면서도 시민들의 업무에 마찰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까? 모서리를 깎아 놓은 모양은 건물의 면적을 줄이는 대신에 겸손함을 증폭시키고 있는 듯하다.
최경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