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로 가득 차 있는 피렌체 속을 다니다 보면 조금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사막의 우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베키오 다리이다. 바사리가 설계한 우피치를 빠져나오기 시작하면 시야가 조금 열리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걸어 나가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건물에 답답해하던 가슴이 동시에 열리기 시작한다.
몇 걸음 더 앞으로 걸어가면 이쪽 편과 저쪽 편을 가르며 흐르는 강이 나타난다. 갑자기 청량함이 가슴 속을 파고들어 온다.
피렌체를 관통해서 흐르는 그 유명한 아르노 강이다. 강 건너편은 언덕이 있는 경사지라서 피티 궁이 크게 자리 잡고 있고, 그 사이사이의 공간을 별장이나 주택들이 채우고 있다. 말하자면 고급 주거지이자 휴양의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관광객들이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건너편을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면 아르노 강을 가로지르는 문제의 베키오 다리가 보인다. 다리라기보다는 큰 건물이 강을 가로질러 세워진 것 같다. 다리의 모양으로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 다리 주변은 피렌체에서 그래도 가장 종교나 정치색이 덜한 장소라 할 수 있다. 거대하고, 기교적이고, 숭고한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답답해질 쯤 나타나는 이곳은, 그래서 피렌체에서도 가장 낭만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다리 쪽으로 걸어갈수록 모습을 점점 더 선명히 하는 베키오 다리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멀리서 볼 때의 느낌과는 달리 가까이 가면 갈수록 눌러 붙은 삶의 흔적들이 선명해진다.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색깔들이 오래된 건물의 벽면으로부터 묻어난다. 크림색의 벽면에 판자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조그마한 집 같은 것들이 군데군데 아름다운 색깔들을 입히면서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원래 이 다리는 로마시대에 지어졌으나 두 차례 홍수로 유실되고 1345년에 다시 재건축된 것이라고 한다. 15세기에는 이 다리 위에 청과물 시장과 정육점이 들어섰는데, 너무 지저분해서 1593년 페르디난도 디 메디치에 의해 시장이 철거되고, 대신에 깨끗한 금속 세공품점들이 들어섰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다리 양쪽 편에, 우리로 치면 수많은 금은방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이 다리를 바깥에서 보면 벽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금은방 위로 큰 통로를 만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1565년 코시모 1세의 명으로 우피치와 피티궁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바사리에 의해 설계되었다. 이유는 피렌체 시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신속히 피티 궁으로 도피하기 위해서란다. 그만큼 능력이 부족하고 뒤가 구렸다는 반증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그래서 이 복도를 바사리 복도라고 한다. 복도 양쪽 옆으로는 유명한 그림들을 걸어 놓아 통행할 때 심심치 않게 했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그리 기분 좋은 흔적은 아니다.

베키오 다리의 입구에 들어서면 벌써 사람들이 복닥거리기 시작한다. 셔터 소리도 많이 듣게 된다. 입구에 서면 다리의 중심을 기준으로 많은 금은방들이 상가를 이루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가 지금까지 이렇게 온전히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한 일이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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