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에 대한 고찰을 예술로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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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New Designer 가레스퓨 ②

2012-04-27 오후 5:57:22



2006년 첫 단독 쇼에서 기묘하고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린 가레스 퓨는 이후로 계속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쇼를 선보여왔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의 컬렉션에는 일관된 탐구주제가 있었고 그것을 발전시켜오고 있었다.


첫 컬렉션의 영감은 삐에로에서 발전된 듯했다. 금색과 검은색의 격자무늬와 빳빳하게 세워진 삐에로 칼라(스타치트 칼라)를 인체 여기저기에 붙여 왜곡된 인체의 실루엣을 보여주었다. 이후로 2년 여간의 그의 컬렉션은 인체 왜곡과 극적인 효과로 채워져 있다. 오즈의 마법사와 프레데터를 합친 듯하거나, 건담 프라모델처럼 딱딱한 갑옷과 무기를 장착한 듯한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그의 옷들은 극적이고 무대의상 같다는 인상이었는데, 어렸을 적 영국 왕립 청소년 극장의 코스튬 디자이너로 일했다는 경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보통 인체를 왜곡한 연극적인 옷들은 유치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다한 장식, 색상, 소재를 한 벌의 옷 안에 넣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레스 퓨의 옷은 유치하다기 보다 예술이나 조각 작품의 경지로 보이는데, 그것은 그의 디자인 철학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즉 옷의 형태나 실루엣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철저히 절제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시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그의 컬렉션은 선에 대한 연구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오늘 소개할 옷들은 2009년 컬렉션인데, 아마도 이 때 그가 평생 연구할 주제들이 다 나오지 않았나 싶다. 바로 선과 면, 선과 실루엣, 그리고 선과 구조에 대한 고찰이다.


아직 때묻지 않은 새하얀 종이를 한 번 접어 보자. 선이 생기면서 동시에 면이 분할된다. 이렇게 선과 면은 작용, 반작용의 관계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다시 종이를 플리츠 주름이 생기도록 접어보자. 접힌 부분이 힘을 받게 되면서 그림자가 지고 공간이 생기게 된다. 이런 조형의 기본 원리가 가레스 퓨의 옷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사진 ①은 이후에 가레스 퓨의 옷에서 나타나는 스트라이프 무늬가 면으로 변화하는 개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 무늬 없는 새하얀 천을 접어 박아 선과 면을 만들었다. 이렇게 접은 선이 곡면인 인체를 따라 층을 이루며 그림자가 지게 되고, 밑단으로 내려올수록 자연스럽게 천이 펴져서 면으로 나타나게 된다. 색을 하얀색으로 통일해서 유치해질 뻔한 장식이 자연스럽게 옷으로 녹아 들었다. 
사진 ②는 형태가 아주 독특하다. 마치 어렸을 적 두꺼운 도화지로 만들어 놓은 전투 로봇 같다. 이러한 옷은 형태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이 입고 움직이게 할 수 있을 지가 최대 난관이다. 가레스 퓨는 완성해냈다. 조금 딱딱한 가죽 같은 소재를 조각조각 내어 로봇의 갑옷처럼 직선적이고 단단한 실루엣을 만들었다. 아래에는 검은색 천을 대고 그 조각들을 조금씩 떨어뜨려 놓아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이 아이디어다. 


사진 ③은 선과 구조의 관계를 잘 살펴볼 수 있다. 로봇이 얌전히 있다가 비행기 날개 브레이크를 펴듯이 표면이 조금 일어난 상태를 표현했다. 스트라이프가 세워져서 층층이 겹쳐진 면들이 공간과 새로운 실루엣을 만들고 있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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