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리치는 듯…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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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2-04-27 오후 5:51:58



이 건물이 1989년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프랭크 게리의 명성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건물에 대한 금기가 깨어지기 시작한 때라고 하더라도 건축물의 형상을 이런 정도로 파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단지 건축가만 파격적으로 디자인을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건축주의 생각을 바꾸어야 하기도 하며, 시공의 문제가 해결할 수 있는 범주에 들어있어야 한다. 게다가 이런 건축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당대의 사회 문화적 흐름과의 관련성도 뚜렷하게 있어야 한다.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건축가들은 파격은 커녕 보수적으로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프랭크 게리가 쇼맨십이 강하고 그저 희한한 건물들만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림으로야 얼마든지 그렇게 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건물을 만드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건축주를 구워삶았던, 협박을 했던, 시공업자들에게  밤샘을 시켰던, 삽질을 시켰던지 이런 건물을 실제로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건축가의 창조적 역량과 현실화 능력이 분명 탁월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프랭크 게리의 이런 건축물들을 단지 외부의 환경의 문제라기 보다는 프랭크 게리의 역량을 먼저 짚어 보는 것이 좋다. 게다가 아무리 희한하게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사람들로부터 그만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냥 건축가가 장난질 한 것과 진지하게 만들어놓은 것들을 혼돈할 수는 없다. 우리가 정확하게 정량화할 수는 없지만 프랭크 게리의 황당한 건축물들은 황당에서 끝나지 않고 언제나 사회적인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왔다. 물론 칭찬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반응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프랭크 게리는 그저 모양만 희한하게 만드는 그런 건축가가 아니라 시대와 조응하는 힘을 가진 건축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하는 플리츠커 상을 받을 만큼 세계적인 건축가임을 의심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의 이런 건축을 단지 기괴한 집이 아니라 분명한 가치를 가진 집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이 건물의 디자인적 묘미는 바로 굳건했던 기존의 박스형 건물을 완전히 해체시켜 버렸다는 데에 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건물은, 그것이 아무리 모더니즘적, 기능주의적인 건축물이 아니라고 해도 수직으로 반듯하게 올라간 벽과, 수평으로 덮인 지붕으로 이루어진 구조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는 계단이 건물 바깥에서 휘어져 올라가고 다락방이 건물 바깥에 붙어 있고, 창문이 건물 벽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다. 반듯한 벽은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그림처럼 휘어져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뭐 어떻다는 것일까? 사실 건물을 이렇게 파격적으로 디자인 한다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건축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프랭크 게리의 이런 시도는 단지 희한한 건물을 만드는 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건물에 대한 관점. 건물이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거기에 대한 해답을 하려고 했다는 데에 있다. 그게 무엇일까? 나중에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프랭크 게리는 이런 건축을 통해 건물을 단지 삶을 담는 기계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 삶을 잉태하는 유기적 산물로 이해하려 했던 것 같다.
프랭크 게리는 무표정한 시멘트 덩어리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려고 했던 것 이다. 기존의 건축가들이 건물을 디자인하려고 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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