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줄무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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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New Designer 가레스퓨 ①

2012-04-19 오후 4:33:32



지난 시간에 소개한 패션디자이너 어뎀이 꽃무늬 패턴을파고들었다면, 가레스퓨는줄무늬 모티프를 파고드는 디자이너라고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이번 2012 S/S 컬렉션은 그의 줄무늬에 대한 탐구가 정점에 달했던 패션쇼였다. 어쩌면 마그리트의‘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처럼, 패션계에 ‘이것은 줄무늬가 아니다’라는 화두를 던진 듯 하다.가레스퓨 같은 개념주의 패션디자이너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 패션계에 축복이다.


직선은 정말 직선일까?자를 대고 연필로 죽 그은 선을 현미경으로확대해 보면 면적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종이의 요철, 흑연가루며, 손의 힘의 강도에 따라 그어진 선은 울퉁불퉁하여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직선이 아니게 된다. 결국 직선이란 현상계에는 존재할 수 없는 이데아의 산물이다. 그래서 수학이란 산수와 달리, 개념을 파고드는 학문이다. 이렇게 미시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규칙적인 간격을 이루고 있는 듯 보이는 스트라이프 패턴도 사실은 완벽히 규칙적인 간격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눈과 뇌는, 포토샵의 보정기능처럼 불완전한 현상계를 완전하게 보이도록 알아서 재조정해준다. 줄무늬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렇듯 복잡한 과정은 생략된 채 완벽한 간격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즉, 완벽한 줄무늬란 이상세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그래서 때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사진 1)은 개념적인 줄무늬를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규칙적인 하얀 선들이 흑인 모델의 피부색과 대비되어 선명히 드러난다. 게다가 네크라인이나 어깨와 소매, 구두의 실루엣까지 직각과 직선으로 마무리된 실루엣은 인체의 형태를 따르지 않고 있어,보통 보아왔던 줄무늬와 달리 굉장히 낯설어 보인다. 물론 일반적인 옷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기도 하다. 티셔츠에 프린트 된 줄무늬가 아닌, 선 하나하나를 이어 붙인 것이기 때문에, 곡면인인체에 입혀졌다기 보다 얹혀져 있는 듯 동떨어져 있으며, 옷과 인체가개별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사진 2)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얼굴 높이까지 솟은 베스트는 완벽한 A라인 실루엣을 이루고 있다. 분명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도, 마치 면적을 가진 옷처럼 실루엣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또한 불완전한 것을 완전한 것으로 바꾸는 눈의 재조정 능력과 줄무늬로 인한 착시현상이 결합 된 결과이다. 줄무늬의 매력은 바로 이 착시현상이 잘 일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사진 3)같은 옷에서 그렇다. 몸 전체를 거의 덮을 듯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줄무늬는 마치 물결치듯 역동적으로 보인다. 옷 자체가 몸보다 훨씬 커서 자연스럽게 늘어진 옷을 따라 흐르는 듯한 줄무늬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디자이너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하여 한가지 더 장치를 숨겨놓았다. 바로 이 옷의 줄무늬는 단순한 2차원의 패턴이 아니라, 하나하나 이어 놓은 선들의 집합인 것이다. 그것도 전체를 이은 것이 아니라 일부만 이었기 때문에, 선이 더욱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레스퓨 디자인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스트라이프 패턴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줄무늬를 선이 아닌 면으로 보고, 규칙성을 깨트리기 시작하면, 그를 진짜 정의 할 수 있는 직선이라는 모티프를 얻게 된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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