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을 알 정도로 두드러진 건축가는 아니지만 피렌체 권력의 중심에 항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아르놀포 디 캄피오를 보면 참으로 희한하다. 피렌체가 어떤 곳인가? 기라성같은 천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르네상스라는 세계적인 문화를 만들었던 곳이 아니었던가?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아르놀포 디 캄피오는 피렌체 대성당과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이 전권을 행사했던 베키오 궁을 설계했다. 둘다 피렌체를 들르는 사람이라면 다른 어느 곳보다도 먼저 가보는 명소 중에 명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건물을 설계했던 건축가의 이름은 건물 뒤 편으로 가려져 있으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는 실력이 없었던 것일까, 다른 천재들에게 가려졌던 것일까?

거친 사암으로 마무리된 건물의 표면과 비대칭적 비례를 가진 건물의 디자인은 피렌체 정치의 일번지였던 면모를 잘 표현하고 있다. 1298년에 건설을 시작해서 1314년에 완공된 고딕건축이며, 메디치가는 1540년부터 1565년까지 이 건물에서 행정업무들을 주관했다. 그러니 피렌체의 절대권력과 건축가와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의 이름이 건물 앞으로 잘 나오지 못한 것은 어쩌면 르네상스시대의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 특히 르네상스 건축가들이 싫어했던 고딕 시대에 살짝 얹혀 있는 그의 위치가 그의 이름을 투명하게 만든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 건물 앞에는 몇 개의 유명 조각들이 건물 앞을 호위하는 듯 장식하고 있다. 진품은 아니고 모사품이긴 하지만 원본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미술관을 찾지 못하는 관광객들은 이 조각들을 보면서 대신하기도 한다.

이 건물 안에는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와 다빈치가 서로 라이벌 경쟁을 펼치면서 그렸던 그림들이 있다고 한다. 그런 명성에 맞게 궁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화려함이 예사롭지 않다. 거칠게 마감된 건물의 안 쪽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베키오 궁이 메디치가 사람들이 머물렀던 공간이라고 하면 바로 옆에 있는 우피치는 실질적인 행정, 정치 행위가 이루어졌던 곳이다. 우피치는 영어로 오피스(office)의 이탈리아 어이다. 이곳에서 실질적인 피렌체의 통치행위가 이루어졌다.

이 건물은 유명한 르네상스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바사리가 설계했다. 아르노 강을 향해 있는 건물의 뚫어진 공간이 바깥과 차단하면서도 이어주고 있다.
바깥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리고 있는 건물의 위용이 웅장하다. 피렌체에서 상징성이 높은 곳 중에 하나라서 그런지 이 건물에는 피렌체가 낳은 뛰어난 천재들이 많이 조각되어있어서 관광객들의 눈과 마음을 한껏 북돋우고 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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