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화장하는 시대
가+
가-

2012-04-12 오후 4:17:19

최근 화장하는 남자에 대한 시비가 분분하다. 남성 화장에 대해 묻는 경우도 많고, 이에 대한 답도 가지가지다. 분명한 것은 화장하는 남성이 많아지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점점 바뀌고 있어서 남성의 화장이 잠시, 특수 계층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남성의 화장이 새로 생긴 현상은 아니다. 화장의 시작이 남성부터였을 가능성도 크다.


Kerr와 Lester라는 학자는 치장의 시작이 핏자국이었다고 한다. 원시 사람들은 맹수와 싸워 이기고 살아 돌아왔을 때에는 핏자국이 남았고 그것은 바로 승리의 증거가 되었다. 그러나 땀에, 빗물에 씻겨 그 증거를 오래 간직 할 수 없었다. 지혜가 발달해 가면서 핏자국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여러 가지 색깔의 흙을 기름에 개어 몸에 바르기 시작하였다. 바디 페인팅이다. 더 나아가 문신이나 흉터를 내는 방법 등이 등장하였다. 이것들은 당시의 유일한 재산인 ‘힘’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었으므로 가능한 한 무서워 보일 수 있도록 표현하였다는 것이다. 전쟁을 하러 나아가는 인디언들이 얼굴에 바디 페인팅을 하던 것을 보면 이해가 된다. 오늘날처럼 아름답게 꾸민 것이 아니라 무서워 보이도록 꾸민 것이다.


인간의 삶이 안정되고 부를 상징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굳이 육체의 힘이나 용기를 표현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었다. 오히려 육체의 힘보다 아름다움이 높이 평가되는 시대가 되면서 무서운 치장이 화장으로 바뀌었다.


“화장이란 연지•분 등을 바르고 매만져 얼굴을 곱게 꾸미는 행위다. 인체를 청결하게 하거나 미화하는 행위나, 실제로는 아름다운 부분을 돋보이도록 하고 약점이나 추한 부분은 수정하거나 위장하는 수단을 가리킨다”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아름답게 꾸미는 행위는 우리나라에서도 그 역사가 매우 길다. 고대 문헌이나 유물들을 통해 확인된다. 남녀의 구분이 없었다. 근현대에 들어와 남성의 생활이 바빠지면서, 화장은 여성들의 전유물로 바뀌어버렸다. 특별한 사람이나 상황을 제외하고 남성이 화장을 하는 것은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남성의 정용(整容) 개념은 꾸준히 지속되고 확대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어떤 형태이든 남성의 화장이 지속되어 왔다고 보아야 할 대목이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명분이나 체면 같은 외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전통적 배경과 경쟁 사회가 주는 압박이 커지면서 외모 지상주의가 더욱 두드러질만큼 나타나게 되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영상매체들도 남성의 화장을 부추겼다.  ‘그루밍족’(미용과 패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54%가 “남자도 비비크림 정도의 기본적인 색조 화장은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다. 화장하는 남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1980~90년대만 해도 바깥 세상은 거의 남성들의 독무대였다. 점차 유능한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 지면서 보호해야 할 여성들이 드센 경쟁 상대가 되었다.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입지가 좁아진 남성들에게도 외모는 자기 차별화를 위한 경쟁력이 됐다. 증가하고 있는 남성의 화장을 탓하기보다는 이 같은 현실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