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고 짧아지더니 ‘하의 실종’이라는 신종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모 여대의 학보지에 젊은 여성들의 하의 실종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다. ‘하의 실종’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임이 분명하다. 한 남성은 강한 부정적 의견을, 또 다른 남성은 “남자로서 눈이 즐거워 좋다.
짧아질수록 아슬아슬해 보여서 긴장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만약 여자 친구가 하의 실종인 채로 나오면 어떨 것 같느냐는 물음의 답도 갈렸다. “당연히 싫으니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남성은 “제 여자 친구를 믿겠다”고 했다. 하의 실종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는 요구에도 “패션도 중요하지만 조금 자제 부탁한다”고, 또 다른 남성은'짧게 입는 것은 상관없지만 남자들을 치한 취급하진 마세요'라고 했다.
하의 실종 차림의 한 여대생에게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활동하기 편해서 라고 했다. 다행히 그 여대생은 치마가 아닌 짧은 바지였다. 앞서 유행하던 타이트한 바지보다 스타킹이 훨씬 편하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하의 실종의 차림이 아니라고 했다. 팬티가 보이는 짧은 스커트 차림이 하의 실종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같은 여성이라도 그런 사람을 보면 민망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몸매가 된다면 자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따가운 시선 따윈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 과시이며 자기 만족이란다. 어떤 이들은 이 황당한 유행의 책임을 연예인들에게 돌리기도 한다. 광고, 드라마, 노래 등을 통해 수시로 제공되는 많은 정보에 몸이, 성이 상품이 되어 보는 사람을 자극하고 이를 모방하게 하기 때문이란다.
한편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이지만. 우리가 속한 문화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다양한 세대와 사람들이 어우러진 사회이므로, 여성의 몸에 대한 지나친 과시는 문화를 가장한 병폐가 아닐 수 없다고, 뼈 아픈 소리를 하기도 한다.
일찍이 ‘하의 실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5세기경부터 남성의 상의가 짧아지기 시작하였다. 무릎을 넘어, 허벅지는 물론 궁둥이까지 드러날 만큼 짧아졌다. 16세기에 이르러서는 남성의 성기를 가릴 수 없을 만큼 짧아졌다. 그야말로 하의 실종이었다.
짧아진 상의 밑에는 오늘날의 스타킹과 유사한 것을 직물이나 편물로 만들어 신었다. 스타킹(stocking: 1590년대에 스페인이나, 이태리에서 비단 실로 짠 양말을 일컬음)이라는 말도 이때 등장하였다. 명칭이야 어떠하든 이때의 스타킹은 양쪽이 따로 떨어져 있어서 아무리 길어도 남성의 성기를 가릴 수 없었다.
이 희한한 유행은 스타킹이 무릎 위 아래로 분리되어, 위쪽은 짧은 바지로, 무릎 아래는 양말 개념으로 바뀌면서 17세기에 와서야 멈추었다. 장장 100년 이상을 지속한 것이다.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 사람들이 성기를 감추어보고자 힙 부분을 호박처럼 부풀리거나 성기 부분에 리본을 많이 다는 등, 노력한 흔적들을 남기고 있지만 그 유행을 막지는 못하였다.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면 ‘하의 실종’이 어디까지 치달을지 궁금해진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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