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사람들은 디자인을 산업의 소산, 상업적 도구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에서 문화의 흔적을 요구하거나 전통을 자산으로 하려는 생각은 디자이너들 에게서 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디자인은 기술이나 상거래를 위한 수단이기 보다는 한 문화권의 당당한 문화적 성취이며, 상업적 보상이란 그 성취에 대한 격려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80년 대 이탈리아 디자인의 급부상 위에 드리워져있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의 그림자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이탈리아 디자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색깔이다. 대비되는 원색을 많이 써서 즐겁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이탈리아 디자인 특유의 색상들이다. 80년 대 이후 미국 발 포스트 모더니즘을 유발시킨 원인이 되는 데, 이런 색감은 사실 이탈리아 문화권에서는 이미 르네상스의 거장들의 그림에서 그대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시스틴 성당의 벽화들을 보면 이탈리아 현대 디자인에서 볼 수 있는 색감이 어디서 유래 되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20세기 현대 이탈리아 디자인, 포스트 모더니즘을 유발 시킨 새로웠던 스타일이 사실은 500여 년 전 선배들의 유산이었던 것이다.
과거의 유산이 유산이 아니라 미래의 전망이 되었다. 이런 것을 보면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진정한 능력은 타고난 감각이 아니라 전통을 활용할 줄 아는 슬기로움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이탈리아 전통문화의 이런 색상들은 배네통과 같은 패션 디자인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었다. 화사한 색감에 파스텔 톤의 색채 이미지는 한 때 색채로 패션산업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베네통의 전형적인 이미지였다.
그런데 베네통의 이런 색상은 사실 르네상스 회화의 색감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었다. 이탈리아 문화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사실인데, 알고 보면 이렇게 자신들의 전통자산을 활용한 사례였던 것이다.
이탈리아 현대 디자인의 전통활용 사례는 이외에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현대 디자인의 자산으로 작용하였던 르네상스 문화는 어떤 모습이었으며, 어떤 특징이 있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르네상스 문화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피렌체, 그리고 피렌체와 더불어 르네상스 문화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베니스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현대 디자인이 밀라노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면, 15세기 르네상스는 이 두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20세기 밀라노를 중심으로 자유롭고 예술적인 분위기가 활발하게 불타 오르면서 많은 예술적 활동과 디자인의 활동,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바탕이 되었던 이탈리아 산업이 모였던 것처럼, 르네상스 시대에는 피렌체와 베니스를 중심으로 예술적 분위기나, 산업적 기반, 그리고 훌륭한 클라이언트들이 집중되어 있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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