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이것이 패션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기 전에, 작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이 패션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잠시 생각해보자.
그녀 덕분에 결혼을 앞둔 대한민국의 평범한 예비 신부들은 영국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이름을 앙드레 김만큼이나 친숙하게 말하게 되었고, 우리도 흔하게 입을 수 있는 자라를 공식석상에 입고 나온 그녀에게 호감도가 상승한 것을 직접 경험했다.
케이트 미들턴, 미셸 오바마 모두 공식석상에서 자국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소화해 연예인도 아닌데 완판녀라는 타이틀로 한 나라의 패션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 퍼스트 레이디들이다. 옷이란 옷 값이나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입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국민 앞에서 몸소 실천하며 교육 중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여성이 옷까지 잘 입으면 인기가 더욱 상승하는 것은 일종의 공식이 되어버렸다. 타고난 외모뿐 아니라 패션 감각이 좋으면 능력까지 더 좋아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넥타이와 옷을 고르는 안목으로부터 5년간 한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를 점친다면 너무 비약된 생각일까.
시각 중심으로 발달한 대중매체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대선 후보의 넥타이색과 후보 부인의 패션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 관심사가 되었다.
훗날 2010년대 기억될 패션계의 아이콘 케이트 미들턴 덕분에 뜬 영국 브랜드가 알렉산더 맥퀸 말고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사(Issa)이라는 브랜드이다. ‘이사’는 영국에서 활동 중인 브라질 출신 디자이너 다니엘라 이사 헬라옐(Daniella Issa Helayel)의 브랜드이다. 윌리엄 왕자와의 약혼 발표 때 사파이어 프로포즈 반지와 같은 색으로 짙은 파랑색의 주름 장식이 많은 원피스를 입어 완판녀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이사의 대표 제품이 바로 이런 천 본연의 주름과 드레이프성을 이용한 단색의 깔끔한 원피스와 드레스이다. 레이스, 자수, 트리밍 등의 장식 없이도 여성성을 얼마나 고급스럽게 잘 드러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마치 그리스 여신의 옷처럼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천의 특성을 잘 살려낸 디자인으로, 항상 허리를 꼭 조여줘 상체에 꼭 맞는 상의와 긴 하체를 대비시켜 비율이 좋아 보이게 했다.
미들턴이 입은 이사의 옷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여전히 왕실이 존재하고, 그 상류사회의 문화가 현대까지 유지되는 왕궁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옷이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런 점도 일종의 전통의 올바른 현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만약 미들턴이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왕궁에서 입었다면 어땠을까? 너무나 영국적이지만 과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하지 않음’이라는 측면에서 지나치게 여성스럽고 귀족스럽고 우아하지 않은 이사의 디자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과하지 않음은 고급스러움과 직결된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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