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를 앞두고 교복 값이 많이 올라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기본 세트에 춘하복과 여벌 옷을 더하면 50여만원이 든다고 했다. 특목고의 경우는 80만원대에 육박하고, 여기에 유행하는 점퍼에 신발, 가방까지 더하면 이른바 '등교 패션'은 백만원을 웃돌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의복이나 신체적 외모 등에 또래의 인정을 받으려는 경향이 크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어 맹목적 추종 현상도 나타난다.
교복을 입도록 하는 목적은 의복에 대한 필요 이상의 관심을 막고,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고취함으로써 바람직한 학교 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청소년들은 하루 중 대부분을 학교에서 생활하므로 교복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이 땅에 교복이 등장한 것은 1886년이다. 미국 선교사 스크랜튼이 이화학당의 학생들에게 붉은 빛의 한복을 만들어 입힌 것이 효시가 되었다. 남학생은 1898년 선교사 아팬젤라가 이끈 배제학당이 처음이었다. 1920년대 까지는 대부분이 한복으로 된 교복을 입었으나, 1930년대에 와서는 일제가 조선 고유의 풍속을 없애려고 여학생들의 교복을 양장으로 입게 하였다. 이후 1983년 교복 자율화 조치에까지 이르렀으나 교복 자율화는 또 다른 문제들을 일으키면서 1986년부터는 다시 교복을 입게 하는 학교가 늘어난다.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가 교복을 입도록 하고 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교복’은 아침마다 옷을 선택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으나, 가격 및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 교복을 산 뒤, 다시 고쳐서(여학생 78%, 남학생 45%) 입는다고 하였다. 어떤 학부모 단체에서는 “교복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업체는 교복이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고 학생을 돈벌이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하는 것은 자유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이다. 그러나 교복이 왜 있어야 하는지 그것의 기능이 무엇이고 어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기본적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근래에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교복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고교 졸업을 앞둔 언니가 자기 동생에게 입힐 교복이 마땅치 않아, 해지지 않고 깨끗하게 옷을 입은 친구에게 ‘교복 내림’을 부탁한다.
형편이 넉넉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친구도 어차피 못 입게 된 옷이라 쾌히 승낙하였다. 당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동생은 3년 동안 그 교복을 잘 입고 서울대에 진학하였다. 그리고 교수가 되었다. 살아가면서 잊지 않고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물론 옷을 준 선배도 훌륭한 교사가 되었고, 모범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둘은 서로의 성취에 관심과 애정을 나누며 남이 누리지 못하는 잔잔한 행복을 교환하고 있다.
돈만 생각하는 기업도 문제이지만, 꼭 새 교복, 좋은 교복이어야 하는 사회적 정서도 문제다. 그러나 탓하지 말고 이런 행복과스토리텔링도 만들어 보는 사회였으면 더 좋겠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