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만 봐서는 어느 나라 말인지도 좀 헷갈리는 아란 니트는 지역성과 깊은 연관이 있는 이름이다. 아일랜드 서쪽에 있는 골웨이 만(灣)에 위치한 세 개의 섬을 아란 제도(Aran Islands)라고 부르는데 이 지역에서 방목되는 양털로 짠 스웨터를 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 양털 중에서도 굵고 거칠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모아 실을 만들어 복잡한 무늬를 넣어 짠 것이 바로 아란 니트이다. 북구의 스칸디나비아에서도 이런 스타일의 니트가 발견되는데 주로 어부들이 입었다고 해서 피셔맨즈 니트(fisherman’s knit)라고도 한다.
옷에 무늬가 들어가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개는 장식적인 목적을 수렴한다. 어찌 됐든 나를 꾸미고 싶다는 욕망에서 기원하게 마련인데 아란 니트의 복잡한 무늬는 그렇게 감상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아란 제도의 변덕스러운 기후변화 때문에 어부들의 배는 종종 난파되거나 침몰하곤 했는데 이 때 건져낸 사람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쉽도록 집집마다 무늬를 특징적으로 꾸미기 시작한 것이 아란 니트에 짜인 무늬의 기원이다. 거칠고 기름기 있는 털을 사용해 두껍게 짠 것도 어부들의 방한과 방수를 목적으로 한 것이니 화려한 무늬가 들어가 있는 데 비해 신체보호 기능에 충실한 옷인 셈이다.
김민경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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