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 듀오 디자이너 브랜드 Commuun의 옷의 매력은 마치 바람에 나부끼듯, 폭포수가 떨어지듯 자연스럽게 너울지는 옷자락이다.
그들의 옷은 동양의 자연관, 미학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옷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풍성한 한복 치마나 저고리 고름의 모습이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예부터 동양에서는 움직이는 자연, 변화하는 자연이 느껴지는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림이나 조각에 ‘기운 생동’하다는 표현은 최고의 찬사였다.
반면에 서양은 자연물의 형태 그 자체를 완벽히 묘사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스의 조각, 박제 된 동물들, 패턴화 된 꽃무늬 등이 그 반증이다.
이렇듯 서양과 동양의 다른 미학관은 옷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옷이 발전 해 온 양상도 완전히 다르다. 서양은 인간의 신체 그 자체 형태의 아름다움을 복제한 재킷을 계속해서 발전시켜왔다. 즉 인간의 상체를 고스란히 닮도록 다트를 넣어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고, 어깨와 가슴에 심지를 넣어 단단하게 만든다.
동양의 옷들은 직접적으로 신체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경우가 없다. 구조적인 문제로는 다트나 절개선이 없기 때문인데, 이 또한 세상을 보는 시각 차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동양은 옷이 몸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옷과 몸 사이의 공간이 남으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낸다. 이 또한 동양의 여러 나라들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간단하게는 기모노와 한복을 비교해 보자. 품을 넉넉하게 만드는 한복은 옷의 주인이 살이 찌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치마를 조금 늘려 입으면 된다. 게다가 옷에 좋은 기운의 들고 나감, 즉 통풍을 강조했던 한복은 겉으로는 층층이 겹쳐져 고요한 듯 보이지만, 이곳 저곳이 뚫려 있다. 어쩌면 프랑스 어느 기자가 붙여줬다는 ‘바람의 옷’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지도 모른다.
기모노는 완전히 다르다. 아예 직선적인 몸의 실루엣을 만들어 버린다. 통풍과 여유보다는 견고함, 경직이란 단어가 더 어울린다. 그런 면에서 Commuun의 옷은 기모노보다는 한복에 가깝게 느껴진다.
사진①과 ②에서 보이는 옷들은 비대칭으로 흘러내리는 천이 모델이 걸음에 따라 찰랑거려 동양의 자연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두 옷 모두 색상은 파란색 계열로 사용하여 바람, 물 같은 자연물의 이미지를 더욱 가중 시켰다.
반면에 사진③은 프린트의 착시 효과를 이용하여 기운 생동함을 표현해 낸 좋은 작품이다. 다양한 색상의 선이 격자 무늬를 이루고 있는데, 무늬가 마치 어느 부분은 카메라가 움직이는 물체를 찍었을 때처럼 초점이 나간 듯 흐릿해 보인다.
옷의 실루엣도, 무늬도 단순하지만 왜 그런지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꼭 구조 실험을 하는 패션 디자이너만이 뛰어난 디자이너가 아니라, 잘 디자인 된 패턴도 그에 못지 않은 강력한 인상과 감동을 줄 수도 있다는 예시를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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