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한하게 생긴 이 것은 의자라고 한다.
의자라고는 하지만 생물로 치면 기형아에 가깝다. 의자 모양이 부분적으로 어렴풋하게 있기는 하지만 그것의 등 짝(?)에 책상같이 생긴 물체가 비정상적으로 붙어있다.
스페인 출신의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축 늘어진 시계는 여기에 비하면 정상이다. 이게 어떻게 디자인일 수 있을까? 그건 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이 의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도록 하자.
처음 보면 모양이 대단히 엽기적으로 다가 온다. 울퉁불퉁하고 삐죽삐죽하게 튀어나온 부분들이 곤충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게 영 호감형이지는 않다.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실루엣이 시각적으로 정리되어 보이지 않고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구조적으로 이 의자 같은 모양을 해석해서 볼 때 좀 정리가 된다.
앤틱하게 생긴 탁자와 의자를 하나로 결합시켜놓았으니 복잡해 보였던 것이고, 그 위에다 플라스틱 막을 씌워놓으니 형태가 뚜렷해지지 않고 모호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디자인으로서는 좀 무리가 있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책상모양에 의자가 뒤돌아 있기 때문에 여전히 형태와 기능의 모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차라리 무슨 설치 미술이라면 납득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디자인에서 디자이너가 한 것은 기성품을 이리저리 잘라 붙여 놓고, 무슨 막 같은 것을 씌워놓은 것 밖에는 없다.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저작권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시도를 해 놓고서는 자기 디자인이라고 버젓이 내어 놓고 있다.
마치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화랑에 가져다 놓은 것과 유사해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의자가 곱추가 된 듯 한, 혐오스럽기까지 한 형태가 되었다. 미적인 측면에서도 하자가 있다. 그런데 기성품을 이리저리 매만지긴 했지만 익숙한 것들로 매우 낯선 인상을 던져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보인다. 전체 형태를 하나의 막으로 씌워버린 첨단 소재나 기술과 고전적 도구가 하나로 어울린 개념적(conceptual)인 부분도 눈에 띈다.
무엇 보다 뚜렷한 형태 위에 막을 씌워 형태를 모호하게 해놓은 점은 이것이 디자인이고 아니고를 떠나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표면의 막에 의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은 물건의 모양이 아니라 뼈대이다. 이 형태를 보고 이상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조금만 눈여겨 보면 책상과 의자가 같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게 된다. 눈치 챘겠지만 이 디자인은 기존의 디자인들이 추구하는 방향의 것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대신에 우리가 가진 물건에 대한 선명한 의식과 인상을 전부 무력화시켜 버린다. 오늘날 과도한 대량생산과 그에 따르는 자원과 환경문제를 생각한다면, 이 디자인이 단지 독특한 인상만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어진 게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이너가 활용한 것은 첨단의 재료가 아니라 기성품이고, 첨단기술은 그것을 옆에서 도와줄 뿐이다. 디자이너는 단지 하나의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앞날을 한 번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이 디자인은 단지(?) 디자인이 아니라 철학책이라고 할 만하다. 기괴한 형태감이나 내면적인 구조미,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 등 아무튼 큰 깨달음을 던져주는 디자인 임에는 틀림이 없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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