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코 히라노 “휴지는 휴지통에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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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오후 3:10:55


휴지는 휴지통에 넣는다. 쓰임새를 다한 물체들을 비롯해서 휴지들은 휴지통에 들어가야 주변이 깨끗하게 정리된다. 여기서 휴지통은 필요 없는 것들을 깨끗하게 많이 머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휴지통은 휴지를 버리는 상황과 휴지통에 있는 쓰레기들을 바깥으로 버리는 과정을 다 같이 고려하여 디자인 된다. 휴지통의 디자인은 이런 두 가지 과정을 뛰어난 퍼포먼스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위에 조형적 아름다움까지 덧붙여진다면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이 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디자인에 대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적인 것들을 디자인 한다면 팔리기야 하겠지만 아무런 감흥도, 아무런 주목도 이끌어 낼 수 없다. 물론 감동을 줄 수 없는 디자인이 잘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도대체 휴지통 하나에 무엇을 그렇게 크게 바랄 수 있을까?


고작 휴지통 같은 사소한 물체에 감동이라는 중차대한 것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 않을까. 하지만 디자인의 세계에는 한계가 없다. 어쩌면 인간의 창의력이 무한한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디자인의 손길은 그러한 하찮은 것을 그냥 두지 않고 대단한 가치를 불어넣는다. 케이코 히라노의 휴지통을 보면 그런 디자인의 힘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휴지통을 휴지처럼 디자인했다.
휴지와 휴지통. 휴지라는 말을 같이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휴지와 휴지통은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 휴지는 버려져야 될 것, 쓰임이 다한 것이다. 망가진 형태, 카오스로 가득 찬 외모로 그런 정황을 자욱하게 피워올리고 있다.


반면 휴지통은 그런 것들을 담는 완전한 것, 쓰임이 있는 것이다. 기능에 알맞게 만들어진 단정한 형태가 그것을 증거 한다. 그런 점에서 휴지와 휴지통은 전혀 상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휴지와 휴지통의 관계도 다르다. 쓰임새를 다한 휴지는 그 자체로 불완전하다.


완전한 구조와 모습의 휴지통은 그러한 불완전한 휴지를 자신의 몸속으로 감추어 버린다. 그래서 휴지통의 안은 온통 카오스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휴지통을 버리는 일은 그러한 고도의 카오스를 코스모스로 돌리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휴지와 휴지통은 그 속성에 있어서나 모양에 있어서나 서로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는다. 아이러니 한 것은 쓸모없고, 형태도 불완전한 휴지의 존재가 휴지통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완벽한 몸매를 뽐내긴 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휴지가 없었다면 휴지통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이것은, 휴지가 휴지통에 비해 전혀 열등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오히려 휴지통이 휴지에게 감사(?)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케이코 히라노는 바로 이것을 말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여기에 대고 먹물이 가득한(?) 사람들은 ‘시니피앙’, ‘시니피에’ 운운 하면서, 기호학적 메스를 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뭐 그렇게 가파르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냥 휴지에 대한 휴지통의 미안한 마음을 디자이너가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패러디는 패러디인데 냉정한 머리에서 나온 패러디가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 패러디라고 하면 어떨까. 아무튼 ‘휴지’는 ‘휴지통’에 라는 말에도 한 치 어긋남이 없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그 말에 더 맞는 휴지통이 되었다.
그냥 한 번 보고 재미있다고 웃어주는 것이 이 디자인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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