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디자인의 세계를 뒤로 미루고 무던하게 기본 능력을 다지다 보면 어느덧 고행의 언덕 7부 능선쯤에 올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디자이너들이 조금씩 자신의 디자인에 욕심을 부려도 된다. 기본기가 다져지면 이제부터는 두드러지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튀는 디자인은 이 정도의 단계에 와서 시작해도 늦지가 않다.
마음 따로 몸 따로
마음 같아서는 유명한 디자이너들처럼 멋있는 형태와 아름다운 색을 가진 디자인을 쓱쓱 내놓아서 단박에 세상을 주름잡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지만 색과 형태는 마음처럼 그렇게 쉽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더디기는 하지만 기초적인 것부터 하나 씩, 하나 씩 공부해 나가는 수밖에 없는데, 화가처럼 작업실에 박혀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한다면 별 문제는 없겠으나 눈앞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디자인을 목격하면서 초라하게 형태와 색을 공부한다는 것은 여간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화려한 미래를 꿈꾸며 초라한 현실을 일구어나가다 보면 어느 덧 고행의 언덕의 중턱을 지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생긴다. 이 때 부터는 슬슬 겸손함 보다는 과감함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형태를 어느 정도 정리할 수가 있게 되고, 어느 상황에서도 형태의 구조를 안정시킬 수 있게 되고, 가장 보기 좋은 상태로 세밀하게 비례조정을 할 수 있게 되면 이제는 조금씩 튀는 디자인을 시도해도 된다. 튄다는 말이 디자인에서 그리 좋은 어감을 가지지 못하지만 좋은 디자인은 매력으로 무장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가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한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권장 상항이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물론 튀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본기가 필수임을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비란?
튄다는 것은 보는 사람의 감각에 입각한 말이고 이것을 조형적으로 풀어 보면 시각적인 대비가 심하다고 할 수가 있다. 질감이나 형태의 대비가 심한 형태는 <그림 1>처럼그렇지 않은 형태들 보다는 사람들의 눈을 더 자극하게 된다. 아무래도 이렇게 자극적인 형태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이기가 쉽고 감정을 자극하는 정도도 강하다. 따라서 자기 표현의 욕구가 강한 디자이너들일수록 대비가 심한 형태를 많이 선호하게 된다.
조형에 있어 색상에 관한 것을 빼고 크게 형태의 속성이나 인상이 다른 형태들을 대비시키는 형태 대비와 크기나 면적 등에 있어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들을 대비시켜주는 면적이나 크기 대비, 질감이 서로 다른 것들을 대비시키는 질감 대비 등이 있다. 어떠한 대비가 되었든지 조형에 있어서 대비란 서로 다른 성질이 대립되는 데에서 발생하는 충격의 정도에 기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비에 있어서 디자이너들은 ‘대비의 충격효과’ 그 자체가 아니라 대비의 정도를 조율할 수 있는 안목과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떤 형태가 서로 대비된다고 했을 때 대비가 되는 어떤 정도의 값이 있다. 어떤 형태가 어떻게 대비되는가에 따라서 이 대비의 정도 값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게 되고, 디자이너들은 주어진 상황이라는 외부적 조건과 자신의 표현이라는 내부적 상황에 입각하여 대비의 정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야구에서 투수가 볼을 정교하게 포수의 미트로 던져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때론 강하게 대비감을 구현해야 하고 때론 약하게 대비시켜주어야 한다. 무조건 대비를 심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야 말로 아마추어적이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자기 마음대로 공을 던져 넣을 수 있는 것처럼 디자이너들은 자기가 원하는 정도의 대비효과를 마음대로 조절하여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대비를 공부하는 핵심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형태의 대비정도
형태는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둥글다든지, 각이 졌다든지, 꼬불꼬불하다든지, 혹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타 추상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든지, 하여간 어떠한 모습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형태의 인상이 서로 다른 것들끼리 대비가 될 때에는 각 형태에 따라 대비되는 정도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그림 2>에서처럼 사각형에 원을 대비시키면 사각형과 사각형을 대비시킨 것 보다는 대비감이 심해진다.
그런데 사각형과 원이 대비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원과 사각형은 기하학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듬어진 기하학형에 다듬어지지 않은 불규칙한 형태가 대비되면 <그림 3>에서처럼 원에 비해서 대비감이 더욱 심해질 수가 있다.
위의 형태대비는 그래도 직선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직선적이지 않은 불규칙한 형태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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