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겨우 한 겨울의 반이 지났다. 이쯤 되면 늘 거기서 거기인, 매번 같은 옷을 입는 것이 지겹게 느껴진다. 옷이 많은 사람이건 적은 사람이건 입을 옷이 없다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통용된다.
항상 옷이 문제다. 겨울엔 아무래도 여름보다는 옷을 선뜻 사기엔 금전적인 부담이 가해진다. 게다가 한 두 푼 하는 것이 아닌 외투나 코트가 내년에도 입을 만 할지, 행여 새로운 유행이 불어와 얼마 입지 못하고 옷장의 한 자리를 차지할 지, 소재는 오래도록 입어도 괜찮을지 이래저래 계산하다 보면 결국 올 겨울도 그냥 지나가게 된다.
너무 복잡하다. 그냥 간단하게 기분을 전환시킬 수는 없을까? 가장 간단하게는 코트와 매치하는 목도리나 스카프를 바꾸면 된다. 색이나 패턴, 크기나 소재, 게다가 매는 법까지 바뀌게 되면 코트 한 벌 새로 산 것보다 큰 이미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색을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단순히 취향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이과적 뇌가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색이 이러할 진데, 한 옷안에 다양한 무늬를 조합하는 작업은 어떨까?
클레멘츠 리베이로라는 브랜드는 이렇게 화려하고 다양한 무늬를 조합한 디자인을 하는데 탁월한 영국 브랜드이다. 마치 디자이너 한 사람의 이름 같지만 알고 보면 런던 컬렉션에서 활동하는 부부 디자이너다.
영국인인 수잔 클레멘츠와 브라질 출신의 남편인 이나시오 리베이로의 성을 조합하여 만든 브랜드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만나 졸업 후 결혼했다. 브라질로 돌아가 여러 업체에서 패션 컨설턴트로 일하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1993년 자신들의 이름을 따 브랜드를 만든 후 컬렉션을 시작했으며, 신발, 유아복까지 확장하여 왕성한 활동을 했다. 1990년대 후반 자신들의 브랜드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며 많은 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꺄샤렐의 아트 디렉터로 영입되어 실추한 브랜드 이미지를 재 구축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은 다시 독립하여 자신들의 컬렉션을 열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 후세인 샬라얀, 비비안 웨스트우드 못지 않게 런던 패션계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친 중견 디자이너들임에도 지금까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은 패턴의 조합이 그들의 주요 디자인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옷의 구조를 바꾸거나, 전통과 결합시켜 부피가 크고 예술작품 같은 옷을 만들거나, 패션에 기술을 접목하여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은 옷은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충격이 강하다. 그에 비해 다양한 패턴을 조합하는 일은 2차원적 시각 작업이지만 보다 대중적이며, 패션 디자인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 분야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맥퀸, 후세인 샬라얀,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그들의 디자인이 너무 강해 자신들의 브랜드의 영역만 구축할 수 있지만, 클레멘츠와 리베이로는 프라다 등 타 명품 브랜드들의 패턴 디자인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리 보면, 패션 디자인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전쟁터이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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