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타다오가 만든 인간 친화적 교훈을 주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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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2-01-12 오후 6:25:42


산업화 시기란 어떤 면에서는, 땅에 깃들여 살던 삶을 송두리째 헌납하고 한 그릇 밥을 얻은 과정이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많은 희생이 따랐던 어려운 과정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밥 먹을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이제는 그동안 우리가 희생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여유를 가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주택인 것 같다.


주택이란 삶이 이루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옷 만큼이나 우리 삶의 피부가 직접 닿는 민감한 곳이다. 따라서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집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대량생산된 공간에서 살던 관성이 집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무척 가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좋은 집(경제적인 가치 말고)에 살았던 경험이 대부분 없다보니 집에 대한 가치는 주로 편리성이나 자산적 가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틈새를 한옥에 대한 관심들이 채우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소나무가 별로 없는 지금에 와서 그런 집을 짓겠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생각은 아니다. 그럼 어떤 집이 좋은 것일까?


여기에 대해 어떤 교훈을 던져 주는 집이 바로 안도 타다오의 ‘바다의 집’이 아닐까 싶다. 시멘트로 짓다 만 것 같은 집이 무슨 그런 교훈을 던져 줄까? 겉으로 봐서 이 집은 특이하긴 하지만 모양이 좋은 것도 아니고, 넓어 보이지도 않는다. 조그마한 박스 모양의 시멘트를 쌓고, 겹쳐서 집 같은(?) 모양을 만들었을 뿐이다. 자세히 보면 4층 집인 것 같은데 아래 두층은 시멘트로 창문도 없이 막혀서, 아마도 집주인의 침실이나 욕실 등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공간들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위층은 건물의 전면이 탁 트여서 유리로만 막혀 있다. 그냥 주택으로 보면 거실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노출된 공간에 화려한 가구를 가져다 놓기도 그렇고, 이 투명한 공간에 무엇을 갖다 놓더라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텅빈 공간에 앉아있을 도리 밖에는 없다.


흔히들 꿈꾸는 아름다운 주택의 이미지들도 이 건물과는 별로 관계 없다. 아기자기한 출입문, 넝쿨무늬의 담벼락, 화분을 놓을 테라스 하나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참으로 삭막하기 그지 없는 공간이다 건물의 표피는 거친 시멘트의 속살을 아무런 외장 없이 그냥 노출시켜 놓았다. 번쩍이는 대리석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하얀색 페인트라도 칠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런 처리도 없다.


이렇게 보면 이 집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갖춘, 경제성만을 가려 놓은 집처럼 보인다. 요즘 뜨는 땅콩 집 보다 더 검소해 보인다. 사람으로치면 그저 입에 풀칠만 겨우 할 수 있는 상태의 집 밖에는 안 되어 보인다. 하지만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상황은 역전된다.


텅빈 공간 아무 것도 꾸며놓지 않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거대한 자연의 풍광은 강남의 수 십 억원짜리 집이 가질 수 없는 그런 화려함을 가져다주고 있다. 여기에 무슨 이탈리아 가구가 필요하고, 수 천 만 원짜리 인테리어가 필요할까.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저 멀리 수평선의 광활한 풍광이 조그마한 건물의 아늑한 공간을 끝없이 바깥으로 이끈다. 이즈음에서 어떤 집이 좋은 집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넓은 집이 좋은 것일까? 비싼 집이 좋은 것일까? 화려한 집이 좋은 것일까? 물론 모든 유형의 집이 제각각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이 집을 왜 짓고 사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집은 바깥에서 볼려고 만들까? 안에서 살려고 만들까? 그것만으로도 이 집은 좋은 집에 대해 큰 깨달음을 전해 준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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