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있는 '까치 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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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칼럼

2012-01-12 오후 4:49:25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려운 세월을 살던 어린이들에게 설날이 얼마나 기다려지는 벅찬 명절이었는지를 절감하게 하는 동요이다. 동요는 설날을 노래한 것인데 섣달 그믐의 까치 설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고은 댕기도, 새 신발도, 노랑 저고리, 색동 저고리도 까치 설이 아닌 우리 설날을 기다렸다가 입어야 했다. 옷이 귀해 명절이나 되어야 겨우 새 옷을 얻어 입을 수 있었던 시절, 어린 마음들이 얼마나 간절히 그 날을 기다렸을까? 하루라도 빨리 그런 마음을 채워주고자 생겨난 옷이 바로 까치 설빔이었을 것이다. 새 옷도 마련돼 있고, 그래도 내일은 설이니 떡도 하고 지짐도 부치고 집집마다 설 준비로 생기가 넘쳤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설’ 하루 전날을 특별한 명칭이나 의미를 붙여 어린 마음을 기쁘게 해준 것이 ‘까치 설’이었을 것이다.


‘까치 설’의 유래에 대해서는 확실한 자료가 없어 보인다. 삼국유사에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한 스님과 내통하여 왕을 해하려 하였는데 까치(까마귀)와 쥐, 돼지와 용의 도움으로 이를 모면하였다. 이때부터 쥐, 돼지, 용은 모두 12간지에 드는 동물이라 그 날을 기념하지만, 까치를 위해서는 챙겨줄 날이 없어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이라 하여 까치 설이라 이름 지었다는 설이 있다. 우리의 설에는 '한 설, 한 첫 날'이라 하는 것과 '아찬 설, 까치 설, 작은 설'이 있다. '한 설'은 작은 설에 비해 큰 설이란 뜻이다. '가위(中間)' 가운데 큰 가위를 '한가위(中秋節)'라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 첫 날'은 일년 열두 달 가운데 가장 큰 첫날로,  ‘元日’'元旦'과 맥을 같이 하는 말이다. 또한 ‘아찬 설’, '까치 설'이란 작은 설, 곧 섣달 그믐(歲暮)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주장 등이 있고, 한편에서는 윤극영의 설날이라는 동요가 있기 전까지는 까지 설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까치는 야생 조류로 오작교(烏鵲橋) 설화나 삼국사기, 삼국유사 외에 여러 설화나 속신(俗信)에도 등장한다. 까치는 부자(豊饒), 벼슬, 치병(治病), 만남, 보은 등을 상징하는 조류로 우리 민족과는 매우 친근한 길조이다.


까치 설에는 어린 아이들에게 색동 오방장 두루마기를 입혔다. 이 옷은 길, 무, 섶, 고름, 안섶을 다른 색으로 하고 소매를 색동으로 하여 섣달 그믐날 입힌 어린이용 두루마기이다. 청, 적, 백, 흑, 황색(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 색과 장수, 부귀, 영화 등 온갖 길상(吉祥)의 기운을 염원하며 색동을 곁들였던 것이다. 당시의 색동은 색깔 하나하나를 서로 꿰매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더욱 정성이 있어야만 했다. 바로 그 옷에 길조인 까지 이름을 붙여 까치 설, 까치 설빔으로 하였으리라 추정된다.


학자들은 이름이나 기록, 유물 자료 등으로 미루어 이 옷이 1900년대 초반께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에는 명절이라 하여 새 옷, 새 신발을 신을 기대로 가슴 설레는 어린이는 그리 많지 않을 듯 하다. 우리의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조각 조각 색동을 이으며 자식의 앞날을 축원하던 어머니들의 간절한 염원이나, 어려운 여건에서도 어린 자식에게 하루라도 빨리 기쁨을 주고 싶어 까치 설까지 마련한 그 따뜻한 배려가 그리운 것은 왠 일일까.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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