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분체가 만든 환상적인 ‘탱글 글로브’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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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2-01-05 오후 3:54:17


억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는 디자인이 많다. 사람의 눈이란 게 워낙 허약하기 때문에 적당한 자극만 주면 좋은 줄 알고 쉽게 따라온다. 이것을 악용하게 되면 좋지 않은 디자인도 좋게 보게 되면서 궁극적으로는 그 물건을 많이 팔리게 하곤 한다. 디자인을 상업적인 도구로만 생각하게 되면 이런 좋지 않은 접근들에 대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게 되고, 또한 그런 접근들을 디자인의 주류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경우는 특히, 매체가 발달할수록 더 많은 문제들을 야기시키면서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진위를 가려내기가 몹시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런 좋지 않은 접근들이 자아내는 결과는 고스란히 디자인을 모르는 대중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디자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디자인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수비적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진짜 좋은 디자인을 구별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경우에서도 디자인을 구별하는 통찰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토드분체의 독특한 조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조명기기 주변에 온통 꽃무늬 넝쿨처럼 얽혀 있고 그게 전부다. 정형적이지 않은 형상과 꽃무늬로 뒤덮인 모습은 순수미술인지 디자인인지 일단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나 디자인 형태로부터 빚어지는 이미지의 무게감은 상당히 강하다. 형태 밑에 깔린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오히려 생각 없는 디자인으로 오해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이런 디자인은 하나하나 독해를 하면서 그 가치를 새기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우선 이 디자인의 구조를 살펴보면, 금속판을 꽃모양으로 잘라서 마치 넝쿨처럼 전구 위에 걸어 놓았다. 일단 이미지는 매우 초현실적이고 이국적이다. 그런데 이 디자인에서 정확히 밝히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꽃 넝쿨 모양이 단지 장식으로 쓰였는지, 아니면 다른 심오한 견해가 있는지 하는 것이다.


장식을 하기 위해서였다면 전체적인 구조를 이처럼 불규칙하게 널어놓고 말았는지가 의문이다. 아무리 꽃모양이 예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처럼 불규칙하게 던져(?) 놓는다면 그 효과는 오히려 축소된다. 예쁘게 하려고 했다면 더욱 아름다운 구조로 형태를 빚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 디자인은 애초에 눈을 자극하고자 하는 의도는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또 하나 의문은, 장식을 하려 했다면 왜 여러 가지 예쁜 형태들을 뒤로 하고 굳이 식물로 했을까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꽃모양은 금속이다. 이 디자인에서 주된 소재는 금속이지만 여기서는 금속의 일반적인 질감이나 인상들이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다. 꽃들이 불규칙하게 엉켜 있는 데에서 강한 인상을 받긴 하지만 금속의 전형적인 차가움이나 금속적 강인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합해보면 토드분체는 이 디자인에서 무엇을 장식하고, 보는 사람의 눈을 자극하는 것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금속재질을 꽃모양을 잘라내고, 다시 그것을 불규칙하게 전구 위에 덮어서 독특한 형태의 조명을 만들었는데, 이것으로부터 우리는 매우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처리를 통해 우리는 금속성 재료로부터 금속의 인공적인 느낌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마치 여러 나무나 꽃들이 어울려 큰 넝쿨을 이루고 있는 자연스런 느낌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는 인공적인 금속재료를 가지고 마치 자연 속의 식물과 같은 조명을 만든 것이다.


산업의 결과물이라 믿어왔던 디자인을 근본적으로 넘어서는 개념적 디자인을 만든 것이다. 공업생산품을 자연의 소산으로 만들었다. 과연 그는 디자인이 아니라 하느님을 흉내내려 한 것일까?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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