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하 하디드라고 하면 건축계에 살아있는 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 최정상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다. 그녀의 건축이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카리스마가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건축물들이 표출하는 강렬한 형태 이미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건축들은 대부분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할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단박에 이끄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단지 형태만 독특해서는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건축물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은 강한 형태의 이미지도 이미지 이지만 그런 이미지들이 한 순간만 눈을 자극하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라 무언가 우리들의 눈을 넘어서서 몸 안쪽 깊숙이 파고드는 그런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설명하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쉽게 표현하자면 그냥 마구 잡이로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목표, 건축가의 세계관이 깊숙이 내장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만 강렬한 게 아니라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어떤 일관성 있는 내용, 목표하는 바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설사 인지를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런 의도를 보는 사람이 읽기 때문에 그 강렬함이 눈 뿐 아니라 마음에 까지 파고드는 것이리라.
예를 들어 두바이에 지을 공연예술센터를 보면 그런 자하 하디드의 면모를 잘 살필 수 있다. 우선 이 건물에서는 형태가 아니라 위용이 강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가진 건축물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붕괴시킨다. 건물이 아니라 마치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뱀이나 기타 생명체처럼 보인다. 그런 파격적인 인상이 우선 우리의 눈이 아니라 마음을 파고든다. 건물이 바다를 향해서 기어가다니… 그런 의도를 가지고 디자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형태의 아름다움이 제대로 표현이 안 되었다면 그저 그런 선에서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내면의 그런 색다름에 버금가는 카리스마적 이미지도 정리되고 있다. 바다를 향해 속도감 있게 나아가는 동세가 건물을 지탱하기 위한 뼈대들의 구조들에 기가 막히게 반영되어 있으며, 창문들의 구조나 모양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단지 형태가 특이한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형적인 어울림이나 질서들이 내적으로 짜임새 있게 디자인 되어있다. 그러니 좋은 음악을 들을 때처럼 유쾌하지 않을 수 없다. 형태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형태의 내용에 있어서도 대단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하 하디드가 이런 모양의 디자인을 할 때도 그냥 모양으로 한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자연의 구조나 생성해가는 자연의 속성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녀는 그냥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건물의 기능적인 부분에만 부응해서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 건축이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을 구체적인 디자인에 반영하면서 이렇게 새롭고 인상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세기 동안 디자인은 기능이라는 의무에 너무나 깊게 사로잡혀 꼼짝달싹하지 못했으나 21세기 들어서서는 대담한 시도들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건축물이 어떻게 이런 형태로 디자인 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시도 뒤에는 디자인이 단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대단히 철학적인 개념들이 깔리고 있다. 파격미를 뒷받침해주는 이념적 가치들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기 때문에 자칫 시각적 효과에만 흩어져 버릴 수 있었을 디자인이 시간이 지나도 휘발하지 않는 매력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 잡게 되었던 것이다. 이 건물이 지어진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 올 것인지 자못 궁금해 진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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