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 출신의 떠오르는 패션 디자이너 시몬 로샤는 패션 디자이너 존 로샤의 딸이기도 하다. 존 로샤 또한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그리고 런던 컬렉션에서 자리를 잡은 중견 패션 디자이너다.
1970년대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 공부를 시작했던 그는 1993년 브리티시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다. 1995년에는 기업들로부터 재정적인 후원을 받아 더블린의 템플 바에 컨템퍼러리 쇼룸을 열었다.
1996년에는 청소년 시장을 목표로 존 로샤 진을 처음 만들었고, 현재는 ‘존 로샤’, ‘존 로샤 진’, ‘로샤 존 로샤’, ‘존 로샤 주얼리’를 내놓고 있다. 그 외에도 더블린 시내의 호텔 디자인과 홈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출신이 독특하다. 홍콩에서 중국인과 포르투갈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동·서양이 융합된 출신 배경은 그의 패션에 자연스럽게 녹아 표현된다.
존 로샤의 컬렉션에 등장하는 옷들은 분명 서양 옷은 맞지만 조금 눈에 설익은 형태들을 선보인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양 고전주의 복식과는 차이가 있다. 아일랜드의 스산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남부 유럽의 여유와 자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유럽 중심부의 세련됨 보다는 이베리아 반도의 지방색이 묻어 나는 것도 같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존 로샤의 가장 큰 특징은 허리를 꽉 졸라매지 않는 실루엣이다. 프랑스의 크리스챤 디올의 요부 같은 스타일이나, 이탈리아의 베르사체나 돌체앤가바나의 여신 같이 몸매를 드러내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은 여느 서양 디자이너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몸을 조이지 않는 풍성하고 여유로운 실루엣은 더운 지역의 전통복식의 특징이기도 하다. 통풍이라는 실용적인 목적과 함께 정신적인 여유로움이 형태로도 표현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체 자체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던 고대 그리스나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코르셋과 파팅게일의 불편함도 감수하는 서양의 미학관과 아름다움마저도 옷과 몸과의 관계를 생각했던 동양의 미학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존 로샤는 서양 패션의 특징뿐만 아니라 동양의 정신성도 분명 알고 있는 터이다.
최근에는 S라인을 드러내든, 속살을 드러내든 어떻게든 신체를 내보이고 싶은 열망들이 유행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짧은 치마와 깊은 V넥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된 경계의 아슬아슬한 시선을 즐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한 옷들이 신체에 가하는 압박이 얼마나 큰지. 여성이라면 하루 종일 옷 매무새에 신경 쓰느라 해야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진이 빠진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존 로샤는 그의 고객들이 패션의 희생자가 아닌, 패션을 흥미롭게 접근하는 여성들이기 바란다고 했다.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기준조차 의문을 갖고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다.
존 로샤는 패션을 통한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양하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고학수 현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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