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같은 뱅 앤 올룹슨의 오디오 베오 시스템 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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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1-12-09 오전 10:21:30


뱅 앤 올룹슨의 명성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정작 뱅 앤 올룹슨의 어떤 가치가 그런 명성을 가져왔는지는 자신 있게 말할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희한한 모양으로 오디오의 디자인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 모양이야 얼마든지 희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뱅 앤 올룹슨의 명성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베오 시스템 2500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오디오를 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너무 평범하다 못해 시대에 뒤떨어저 보이는 것 같은 외양 때문이다. 얼핏 보면 이 오디오는 1930년 대의 기능주의적 외모를 가진 그저 그런 오디오 시스템 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자세히 보면 심플한 모양에 정교하게 계획된 비례의 질서들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게다가 즐길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대단한 교양과 조형적 훈련이 없다면 보기가 어려운, 난이도가 매우 높은 조형이다. 게다가 마치 1920년 대에 디자인 된 듯 시치미를 뚝 떼고 다가오는 외모는, 과연 이 딱딱하게 생긴 오디오에 설마 그런 최첨단의 조형논리가 자리 잡고 있을까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오디오 앞에 손을 갖다 대는 순간부터 이 오디오의 매력이 소박해 보이는 겉모양에 있는 것이 아님을 단박에 이해하게 된다. 이 오디오 앞에 손을 갖다 대면 오디오 본체를 덮고 있던 유리판이 순식간에 스르르륵 열린다.


예서 끝이 아니다. 다시 또 손을 가까이 대면 오디오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유리판이 다시 스스륵 하고 닫힌다. 특별히 온-오프가 쓰여진 버튼을 찾고, 누르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이 오디오는 엄청난 배려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자제품 앞에서는 귀찮지만 언제나 전원 스위치를 눌러야만 할 것 같은, 일종의 몸에 베인 관습 같은 것이 있다. 이런 관습들은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매우 전형적인 습관을 만들어 놓는다.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사물에 대한 선입견들을 매우 굳건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이 오디오는 그런 사물에 대한 선입견을 정면으로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문이 스스륵 열리고 나면 그 사이에 CD를 넣거나 빼면 된다. 그 시간적 간격이 너무 야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만한 시간도 아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CD를 넣고 뺄 수 있을 만한 시간이 확보된다. 아무튼 어떻게 보면 전혀 아무 것도 아닌 동작 같지만 이 작은 동작들로 인해 얻는 것은 의외로 클 수 있다. 마치 알리바바가 돌문을 열었을 때의 쾌감을 맛보게 된다고나 할까.


그리고 아무리 기계장치의 힘이라고 하지만 손의 존재를 감각하고 거기에 반응해서 열리는 유리문의 속도나 움직임들은 이 오디오를 단지 하나의 기계장치로만 대하지 못하게 할 정도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있다고나 할까… 소리 없이, 하지만 신속하게 반응하고 움직이는 모습들은 단지 기어와 모터의 움직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날렵하면서도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 느낌이다. 포유류의 냄새가 가득 풍기는 움직임이다.


초 럭셔리한 외형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 매력. 거기다가 베오 랩5(Beolab 5) 스피커 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모양새를 통해 뱅 앤 올룹슨은 이 시대 최고의 오디오 자리에 올라 있을뿐더러, 단지 상품이 아니라 조각품의 반열에 올라설 정도로 최고의 외양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무엇 보다 살아있는 것 같은 존재감은 이 기계를 애완 동물과 같은 반열로 올려 놓고 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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