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속의 이국적 느낌의 구겐 하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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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디자인 기행 ⑫

2011-12-01 오후 4:40:48

스페인에 녹아들어서 스페인보다 더 스페인적이면서도, 스페인의 디자인 역량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그런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있다. 빌바오라는 다소 생소한 도시를 일약 세계적인 도시로 만든 구겐하임 미술관이 그렇다.


스페인보다 더 스페인적인 외국 건축가의 건축
스페인에서 가우디의 존재감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지만 그의 파격적 건축에 버금가는 건축을, 그것도 스페인 땅 안에서 내 놓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 건축가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 프랭크 게리다.


캐나다 출신이지만 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해온 건축가로, 1980년 대 이후 해체주의나 포스트모던 건축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맨 앞에 언급되어왔던 건축가였다.


원래 그는 앞선 선배 건축가들 즉, 기능주의나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하나의 장식도 허용하지 않으며 기하학적(정확히 말하자면 육면체) 건축을 지향했던 모더니즘 건축가들을 공격하고 비아냥거린 파격적 건축 경향으로 많이 알려졌다.



한창 젊은 시절 내놓았던 건축들을 보면 온 전한 건축물이라기 보다는 파괴된 건축, 돌연변이와 같은 모습의 건축들이 많았다. 그런 반항적 면모들이 세계 건축계에서 신선하고 강렬하게 인지되면서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그는 어느 순간 파격적이기는 하나,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듯한 건축들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그 시발점이 되었던 건축이 바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이야 워낙 희한한 건축물들이 많아서 좀 덤덤해졌지만 이 건물이 세상에 모습을 보였던 당시의 충격은 상당했다. 벽과 천정이라는 건축물의 기본 구조는 완전히 망실되었으며, 건물이 아니라 아예 하나의 조각과도 같은 외양이라 미술관이라는 본래의 기능보다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가 되면서 미술관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하였다. 멀리서 보면 강을 사이에 두고 일반적인 주택과 대치하고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면모가 대단히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건물을 정면에서 보면 울렁거리는 면들이 물결치듯 얽히고 섥혀서 어떤 형태를 이루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런 모양의 건물이 세워져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이다.


가우디의 건축이 건축 외양의 기괴하고 파격적인 조형으로 세기의 건축이 되었다고 하면, 이 건물은 건물의 본래 구조와 모습을 완전히 파괴하면서 전혀 새로운 문법의 건축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의 선입견을 완전히 타파하는 역동적인 건축을 내 놓았다는 점에서는 가우디의 건축관에 모자람이 없는 파격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스페인 땅에 세워질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가진 해외 건축가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가우디의 건축물이 오히려 차분할 정도로 번쩍이는 티타늄 판들의 휘어진 곡면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도저히 안쪽의 공간들이 무사히(?) 구축이 되었을지 의심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면모에도 불구하고 빌바오시의 결정은 대단히 뛰어난 것이었다는 것이 이후로 입증된다. 이 건물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이름도 생소했던 스페인의 조그마한 지방 소도시가 갑자기 세계적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미술관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빌바오시는 거의 존립이 의심이 될 정도로 위태했다고 한다. 철광산이 소진되면서 산업적 기반이 망실되어 도시의 산업이 완전히 와해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빌바오시는 미국의 구겐하임 분점을 유치하고 프랭크 게리의 황당한 설계를 받아들여 도시의 부흥을 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물론 도시의 경제를 완전히 살려놓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건물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는 단박 세계 건축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고, 건물하나가 도시하나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겼다.


가우디가 그랬던 것처럼 프랭크 게리도 자신의 건물을 통해 스페인의 경제에 까지 큰 기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황당한(?) 건물을 대뜸 받아들였던 스페인의 개방성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이런 영광은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건축은 스페인의 디자인 위상을 한층 더 발전시킨 스페인인 보다도 더 스페인 스러운 건축이라 할 만하다. 이런 외국의 디자인도 스페인적으로 잘 합류함에 따라 지금 스페인의 디자인은 여러모로 매우 희망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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