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가는 풍선처럼 마크 뉴슨의 록히드 라운지 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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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1-12-01 오후 4:38:25


디자인은 예술일까? 아닐까? 디자인과 예술에 관한 논쟁은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조금 잦아지기는 했지만 2000년이 넘어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디자인은 절대 예술이 될 수 없다는 강경론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던 것은 바로 ‘기능’이었다. 디자인은 어떤 경우에서도 반드시 기능에 대한 충족이 있어야 한다.


‘기능’이란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쓰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은 예술품들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조건 즉, 작가의 자율성이 허락되지 않으며, 예술이 절대 될 수 없다는 강경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말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들이 디자인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마크 뉴슨이라는 디자이너의 처녀작인 ‘록히드 라운지 체어’라는 이름의 의자가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96만 8000 달러에 팔린 것 같은 일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이긴 하지만 프로젝트로 한 것도 아니고 유망주 시절 습작으로 만든 디자인이 마치 순수미술처럼 거래가 된 것이다. 그것도 고가에. 그래서 많은 매체들이 이 사건을 두고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에 와서 그런 경계가 갑자기 왜 없어지게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과연 디자인과 예술은 처음부터 건널 수 없는 경계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이렇다. 과연 예술이란 게 순수하게 대중들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것이며, 대중들에 대해 어떠한 기능도 수행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비싼 돈을 내가며 인상파 회화를 보러가며,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를 들으러 가는 것일까? 극장에 가고, 연주회에 가고, 소설을 읽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러한 예술들이 우리에게 기여하는 바가 뚜렷하게 있기 때문이다. 먼 거리를 빠르게 갈 수 있게 한다거나, 멀리 있는 사람들과 말을 할 수 있게 해주지는 않지만 다른 것을 해준다. 그것은 바로 ‘감동’이다. 감동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적극적으로 예술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것이 없다면 예술이란 것은 애당초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종류는 다르지만 기능으로 보자면 이것도 하나의 기능이다. 게다가 많은 디자인들은 충실히 자기 할 일만 할 뿐 아니라 ‘감동’도 가져다준다.


아무튼 마크 뉴슨은 1986년, 아직 이름을 세상에 알리지 않고 있었을 때 이 의자를 만들었다. 둥글둥글한 형태에 번쩍거리는 금속판을 붙여서 몹시 희한한 모양의 의자가 되었는데, 그 결과는 그냥 한 번 만들어본 수준을 넘어버렸다. 이 의자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고, 덕분에 마크 뉴슨의 이름 역시 세계적이 되었다. 우선 의자를 이처럼 독특한 모양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그의 창의력이 세계의 이목을 강하게 이끌었다.


둥글둥글한 세 개의 다리 위에 버티고 있는 몸통은 계란에 가깝고 번쩍거리는 금속의 뺀질뺀질한 질감은 파리 한 마리도 앉아 있기가 불편해 보인다. 의자인지 침대인지 혼란스러운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는 앉아야 할지, 기대야 할지 좀 혼란스럽다. 기능적으로 따지자면 훌륭하다고 볼 수 없는 디자인이다. 그런데 이 의자가 환기시키는 느낌은 그저 의자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유려한 곡면과 번쩍이는 금속판으로 물 샐 틈 없이 잘 짜여있는 몸통은 화려하고 우아하면서도 항공기의첨단적인 이미지들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이처럼 모호하면서도 복합적인 느낌을 가져다 주는 외형의 중층적인 인상은 이 의자의 겉모습이나 구체적인 기능 보다는 상징적인 부분에 더 많은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사람들의 눈과 마음이 스쳐지나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사로잡으니 당연히 이 디자인은 예술이라는 작위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디자인이면서도 충분히 예술품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의자는 잘 보여주고 있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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